시간의 통로를 열다 - 위도 웜스

<Cette Montange C'est Moi>

by 최다운 바위풀

사진가 위도 웜스 (Witho Worms).



미드타운에 있는 스테판슨의 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사진들은 쓸쓸했다. 웜스의 프레임에 담긴 건 폐광들이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기에, 그리고 웨일스까지. 그는 여러 나라를 돌며 문을 닫은 탄광 뒤에 남겨진 흔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오리지날의 아우라를 가질 수 없는 복제의 운명이라고 했다지만 웜스의 사진만은 아니었다. 그는 폐광을 찾아가 사진을 찍은 후 그곳의 석탄가루를 조금씩 담아왔다. 그리고 그 가루를 곱게 갈아 인화지에 입히는 안료로 썼다.



다시 말해 내 눈 앞에 있는 폐광의 풍경을 그려낸 것은 다름 아닌 폐광 자신(석탄가루)인 것이었다. 제 몸에 피를 내어 제 몸을 재현했는데 이 어찌 오리지날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그의 사진이 품은 아우라는 탄광의 시간과는 일고의 연이 없는 나까지도 절로 회상에 빠지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웜스는 나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를 언급했다. 책에서 기사단장이라는 '관념'에 뼈를 올리고 살을 입혀 형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자신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폐광의 풍경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몇 년 간의 여정으로 이어졌고, 당시 연구하던 카본프린팅 기법은 폐광의 석탄가루를 이용해 작품을 인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X-Pro 2 / Color Skopar 21mm.


2018. 04.


L. Parker Stephenson Photographs


New York.




"사진 속 폐광은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덤 같았다. 어찌도 이리 쓸쓸해져 버렸을까. 그래도 한때는 번창했으리라. 쉴 새 없이 덜컹이며 레일 위를 달리는 탄차들의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려왔을 것이다. 광부들과 가족들,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온 이들까지. 마을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스러짐 또한 눈 깜박할 사이였을 것이다. 탄광이 사양길로 접어 들면서 모두들 살 길을 찾아 떠나 버렸다. 쥐죽은 듯한 정적이 마을을 감쌌고 남겨진 건 쓸모가 없어 버려진 광재더미뿐이었다. 오직 그것들만이 긴 세월 홀로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새벽의 폐광을 찾아 온 사진가가 그들과 마주하기 전까지 말이다."




"웜스의 이미지가 그저 과거를 불러다 주는데 그쳤다면 지금까지 마음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풍경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 것은 작품을 인화한 방법을 알고 난 뒤였다. 웜스는 폐광을 찾아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곳에 있던 석탄가루를 조금씩 가져왔다. 그리고 이 가루를 인화지에 입히는 안료로 사용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자신이 찍은 폐광으로 만든 색소로 바로 그 폐광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붉은 장미 꽃잎을 짓이겨 만든 물감으로 장미의 세밀화를 그렸다고 하면 비슷하게 상상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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