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전의 육성 기록
루이지 기리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첼시의 줄리 사울 갤러리에서 열렸던 4인 그룹전이었습니다. 라즐로 모홀리-나기와 루이지 기리라는 과거의 마스터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두 명의 젊은 작가들이 올리는 오마주였죠. 그때 처음 코다크롬 작품을 보았는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은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했던 강의 녹취록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면 삼십 년 전에 루이지 기리가 했던 수업을 듣게 되는 거지요.
사진 기술을 전수하는 책은 아니지만, 잔잔히 생각하면서 줄 치는 재미가 있습니다. 1989년에도 라이카는 여전히 비쌌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
열화당에서 얼마 전에 2쇄를 찍었다고 했는데 더 많은 분이 읽기를 바라며 몇 군데 공유해 보겠습니다.
“네, 그래요. 매우 강력하지만 연금술에 가까운 작업을 거쳐서, 사진가의 내면과 외부세계 간의 균형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인격체를 지닌 사진가로서의 내면과 사진 촬영을 끝낸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게 될 외부세계의 평형을 이루는 것이죠.”
- 자기 자신을 잊기, 1989년 1월 27일 2부 수업
“제가 볼 때, 동시대성과 현대성은 각각의 예술 장르가 지닌 특징을 이해하고 다른 예술 언어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훨씬 더 드러납니다. 한 언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메커니즘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미지, 사진, 노래, 문학, 영화와 같은 장르들은 사실상 의미들이 서로 연결된 별자리와 같습니다.”
- 탐색, 1989년 2월 3일 1부 수업
“개인적으로 라이카 타입의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선호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비싸졌죠.”
- 카메라, 1989년 2월 3일 2부 수업
“다른 카메라를 사용했으면 더 찍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현재 갖고 있는 수단과 자기만의 독특한 감수성을 연결 지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빛의 민감도를 말할 때는 그늘에서 촬영해야 할 영역과 양지에서 촬영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라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의 내면, 촬영 순간, 그 순간에 존재하는 빛에 바로 해답이 있습니다.”
- 빛, 프레임, 외부세계 지우기, 1990년 2월 8일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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