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이 글은 사진, 문화 커뮤니티/매거진 B급사진(https://bphotokr.com)에 쓴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이 책은 사진과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양쪽 다 나름대로 따로 말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사진이 본문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경우는 아주 이따금씩 밖에는 없다. 장 모르가 몇 년간의 세월을 두고 촬영한 사진들은 글로써는 도저히 필적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 주고 있다. 연속된 사진작품들이 하나의 발언이 되며, 이 발언은 본문의 글과 대등하거나 비견될 수는 있지만 분명 별개의 것이다.
<제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공저
개인적으로 사진과 글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다큐멘터리 쪽에 조금 치우쳐 있긴 하지만) 사진이 보여 주고 글이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을 즐긴다.
2000년대 초반 즈음, 적당한 사진과 글을 엮어 '감성'같은 딱지를 붙인 후 시장에 내어 놓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한때의 광풍은 시들었지만 사진과 글의 묶음 상품은 - 그것이 책이 되었든, 어떤 다른 식의 콘텐츠가 되었든 - 여전히 인기도 많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유행의 처음에도, 그리고 지금도, 시장에 나온 ‘사진 더하기 글’ 묶음 상품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와 책들 중에 내 마음에 와 닿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 없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과 사진을 적당히 붙여 놓으면 더 좋은 것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단순한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제7의 인간> 서문에서 존 버거가 보여 준 장 모르의 사진에 대한 경외 – 글로써는 도저히 필적할 수 없는 것들 – 는 어떻게 사진과 글이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답변을 제시해 준다.
훌륭한 사진이 있고 훌륭한 글이 있다. 그 글과 사진은 각각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으며, 서로가 대등하다. 그리고 그 두 ‘훌륭한’ 매체가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한데 어울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 된다.
그러니 그저 '예쁜' 사진과 '감성적인’ 글 꼭지들을 붙여 놓고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적당한’ 노력을 들여서 노력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헛된 욕심이다.
프로란 자신의 일을 숨 쉬듯이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사진을 만드는 사람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프로들의 결과물이 만날 때에 비로소 프로다운 가치를 지닌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니 프로답지 못한 – 만든 이의 진심을 바치지 못한 – 글과 사진으로 프로의 결과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사진과 글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늘 마음속에 간직해야 한다. 당신의 사진은 그 자체만의 이야기를 충분히 품고 있는가? 당신의 글은 그 자체만으로 온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사진과 글의 만남은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