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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Sep 25. 2017

미워도 다시 한번

아무리 그래도 우리 오빠, 내 동생.

"아빠~~~, 오빠가~~~, 응, 있잖아..."


오빠와 놀다가 무언가 틀어진 둘째가 열심히 달려오며 얘기한다. 쿵쿵 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십분 간격으로 들려오는 우리 집 배경 음악. 이에 질세라 더 큰 소리로 후렴구가 따라온다.


"아빠~~~, 윤이가 있잖아~~~"


둘째와 3년 조금 안 되는 터울인 첫째는 아직 태어난 지 두 달도 안되었던 제 동생을 지나쳐 가며 한 번씩 꿀밤 먹이기가 일쑤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오직 자신만 바라봐 주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시끄럽게 울기만 하는 아이를 감싸고 도니 심통이 났을 것이다. 한 번은 제 엄마에게 이런 말도 했었다.


"엄마, 나는 윤이가 다시 건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윤이가 다시 엄마 뱃속에서 있을 수 있잖아."


건이는 둘째 아이의 태명이었다. 불룩한 엄마 배에 귀를 갖다 대며 소리도 들어 보고 발차기하는 것도 느껴보던, 예쁘기만 했던 동생인데 이것이 세상에 나오고 나니 제 생각과는 영 달랐던 게다.


어렸을 때는 맥없이 당하기만 하던 둘째도 어느덧 세돌이 다 되어 가면서 제법 머리가 굵어진 터라 이제는 오빠에게 뒤지지 않는다. 오빠와 다툴 때면 버럭버럭 큰 소리로 맞서거나, 또 자기 고집대로 심통을 부려 기어이 지 오빠를 울리기도 다반사다.


그러니 두 녀석 다 아빠를 찾아 열심히 뛰는 일이 일상이 될 수밖에.


싸울 때는 앙숙이지만 둘 다 그 작은 가슴 한편엔 내 동생, 내 오빠라고 생각하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어쩔 때는 또 서로 챙겨주기를 열심이다. 놀이터에서 동생이 다른 아이에게 밀릴 때 슬쩍 가서 편들어 주기, 밤에 오빠가 혼자 화장실 가기 무서워할 때 같이 옆에 가서 기다려 주기 등등.


며칠 전엔 큰 아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아빠, 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한테 화장실 간다고 얘기하고 몰래 윤이 교실 앞으로 가서 혹시 지금 울고 있는지 소리 들어 봐."


"그래? 그럼 윤이가 우는 것 같아? 윤이 걱정돼서 일부러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가는 거야?"


"응, 아니. 윤이 오늘은 안 우는 것 같았고, 꼭 윤이 보러 가는 건 아니고 화장실도 가려고. 그런데 화장실 가기 전에 먼저 윤이 교실 앞에 들렀다가 가."


동생이 걱정되어 보러 간다 하기엔 살짝 부끄러운 모양이지 몸을 배배 꼬며 답을 한다. 화장실은 동생 교실과 반대편 방향인데 그래도 동생이 우는 것이 안쓰럽긴 한 모양이다. 동생과 하루에도 몇 번씩 다투면서 이렇게 또 아끼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하다.


부디 그 마음 간직하여 평소에도 안 싸우면 얼마나 좋으련만... 역시 아빠의 부질없는 희망사항이겠지요? :)


"아빠, 이제 귀신 또 뭐 그리지?"..이렇게 사이가 좋다가도... / NYC. / Sep. 2017 / X-Pro 2 + CS 21mm.
기어이 고집 부려 오빠를 울리고는 유유자적 내려오는 둘째. / Central Park, NYC. / Sep. 2017 / X-Pro 2 + CS 2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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