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다큐.
이 글은 사진, 문화 커뮤니티/매거진 B급사진(https://bphotokr.com)에 쓴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렌즈만 들이대면 사진이 나온다는, '거리 사진의 천국', 뉴욕에 온 지 한 달하고 보름.
여전히 무엇을 담아야 할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오기 전에 생각해 두었던 주제는 다시 보니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아직은 가끔씩 나가는 산책 중 담아낼 뿐인 일상의 풍경이 전부. 낱장이 아닌 연장을 통한 보여주기는 어떠할지 고민이다.
... B&H에 필름 현상을 맡기러 나선 길. 주말에 On Air 된다는 HBO 스필버그 다큐의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역광. 플레어가 생길 것을 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행인의 얼굴이 반쯤은 가리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스필버그를 밝혀 주는 조명의 빛이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보여 준다.
스티븐 스필버그. 아마도 내 또래라면 누구나 그의 영화 한 편쯤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시대의 거장이다. 살아 있는 인물이 이와 같은 다큐의 헌사를 받는 것도 참으로 영광일 것이다.
... 최근, 그리고 예전, 이곳을 담은 사진가들에 대해 떠올려 본다. 최근 전시를 본 케르테츠와 얼마 전 사진집을 산 사울 레이터가 생각난다. 이곳 뉴욕을 담은 사진가를 꼽으라면 이래저래 한 트럭 분량은 차고 넘치지 싶다. 그중 누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일지, 누구의 사진이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꼽는 건 쉽지 않다. 다만 누군가의 사진이 내게 더 와 닿는지를 알아챌 수 있다면 족하다.
17년 10월의 어느 저녁. 쓸데없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끄적거려 본 글타래를 마무리하며 바라본다. 내가 담은 풍경 또한 그렇게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