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갈래요? No2
어른들 중에는
짜장 하면 누구나 하나쯤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졸업식이면 꼭
짜장면을 먹었다든가
시켜놓고 먹지 못해 불어버린
짜장이 생각난다든가
저는 짜장 하면 어렸을 때
주말마다 아빠가 짜장면집을
데리고 갔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귀한 짜장면을 자주 먹으러 갔으니
(부자는 아니었으니까)
아빠가 짜장면을
좋아하셨던 걸까요
짜장면집에 들어가면
갈색 컵에 나오는 따끈한 차
40여 년도 지난 그 차의
온도와 맛이
아직도 입에 맴도니 참 신기하지요
그때 짜장면을 먹으면
꼭 입 주변에 짜장이 묻었어요
(지금 안 묻는다는 건 아니고요^^;;)
그때마다 아빠가 냅킨에
침을 묻혀서
짜장을 닦아주셨는데
어린 피부에 느껴진 냅킨의
까끌함 위로
아빠의 사랑 또한 남아있습니다
짜장면집에 가면
짜장면을 먹을 때면
아빠의 모습도 나의 모습도
기억나지 않지만
입 주변을 닦던 아빠의
손길과 촉감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라요
지금은 아빠가 짜장이 묻은
나의 입을 닦아줄 수도
함께 짜장면을 먹을 수도 없지만
온전히 느껴지는
그때의 그 사랑으로
따뜻한 짜장이 더 맛있어지고
힘이 된답니다
'입에 묻은 짜장을 닦아주는 일이
이렇게 크고 따뜻할 줄이야'
고등학생인 두찌에게
짜장밥을 해주며
그 때의 아빠의 온기가
역시나 떠올랐네요
날은 춥지만 온기 가득한 오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