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매일마다 보는 딸의 얼굴인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참 반갑고 예쁘다
네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무겁게 짓눌려 있던 어깨가 쭉 펴진다
너를 꼬옥 안아주고 싶고
자그마한 뺨에다가 뽀뽀해주고 싶지만
이 엄마를 꼭 닮은 우리 딸은
뽀뽀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 마음에 환한 불을 켜주는 너의 얼굴
태양처럼 네가 와서 우리를 비추어 준다
그러다가 문득 내 등 너머에 진 그림자가 보인다
너무나도 밝은 빛 때문일까
그림자가 더욱 짙다
기쁨과 행복에 젖어 너를 안기에도 모자른데
나는 왜 문득 어둠을 찾게 된 걸까
우리를 비추는 태양이 언젠가 사라질까 두려워
네가 잠든 밤중에 펜을 든다
언젠가 우리의 태양도, 온기도, 기쁨도, 사랑도
모든 것들이 덧없이 사라질 때가 오겠지
내가 부모님께 그랬듯
싱클레어가, 싯다르타가 그랬듯
부모를 떠나 너의 삶을 살고
엄마가 아닌 다른 것을 볼 때가 오겠지
그래야만 하지
그 먼 훗날의 아픔을
나는 왜 먼저부터 맛을 보려는지 모르지만
새끼 손톱만큼 이별을 살짝 맛보았을 뿐인데
늦은 밤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결국에 체념할 수 밖에 없지만
나를 불태우며 너를 사랑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