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우울

by 오땡땡님

드디어 구석구석 내 몸에 스며들어 있던 우울감이 사라졌다.
정확히 따지자면 9월 23일 토요일 오후부터 말이다.
비밀스럽게 마음속에 담아둔 우울이라는 단어. 그것을 겉으로 표현할수록, 입 밖에 올릴수록,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보이지 않게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 숨기려 했다.
대략 지난주 월요일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아마도 월요병이 그 시작이었겠지.
그렇게 조금씩 내 몸에 물들기 시작한 '우울'이 이번에는 내가 인지할 만큼 나를 끌어 안은 것이다.
평소에는 우울이 물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내 몸의 어떠한 특별한 자정 작용 덕분에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곤 했다.
밀물이 들어와도 시간이 지나면 썰물이 되어 빠져 나가듯이 우울함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갯벌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물이 빠지지 않는 저수지에 갇힌 기분이었다.
우울함이 나를 그렇게 푹 적셨는데 나는 그 감각과 느낌을 외면하고 그냥 하늘만 쳐다보려 했다.

눈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초라하게 젖어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기 싫어서이다.
내 모습에 담긴 우울과 아픔은 보지 않은 채
늘 내가 보던 우리반 학생들과 나의 딸을 바라보며 웃으려 애를 썼다.
내 곁을 감싸고 있는 우리반 아이들과 나의 딸.
그 해맑은 미소가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우울감이 나의 발목을 꽉 붙잡아 어두운 미소를 내게 보낸다.

우울감은 다가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너는 늘 이렇게 살 거야."

"매일 똑같이 돈을 벌러 나가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올 거야."

"어차피 매일 똑같을 것인데 지금 죽어도 큰 상관이 없을 거야."


우울감이 내 마음속에 있는 켜서는 안 될 촛불에 몰래 불을 붙이고 도망을 갔다.

그러면 나는 불이 붙은 곳을 바라보고 곧바로 입을 동그랗게 모아 '후-'하고 불어 버린다.

우울, 권태, 죽음, 끝, 허무함에 관한 것들이 내 마음을 밝히는 빛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때의 나는 그러한 것들에 활활 타올라 마음속이 시커멓게 으스러지고, 볼품없고, 곧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질 것 같은 초라한 때가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파멸의 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칠게 소리 내어 울며 위태로이 서 있는 어린아이였다.

버려진 패잔병이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단단하게 굳어 작은 불씨는 스스로 끌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렇게 단단한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지난 5일 동안 내 몸 여기저기 물들어 있던 우울함을 이제야 깨끗이 빨아 없애 버린다.

우울함이라는 것은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얼룩이라는 흔적을 남기는데,

이 흔적까지는 없앨 수 없지만 늘 나를 돌아보고 살피며 단단해져야겠다 다짐해 본다. 늘 하던 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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