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에게

옛 제자에게

by 오땡땡님

마음에도 곳간이 있는지
곳간이 가난하면 줄 게 없다.
남은 건 푸대접뿐이라
웃음도 , 친절도, 온기도
줄 게 하나 없다

지금처럼 내 곳간이 풍족할 때 너를 만났더라면
쌀 가마니가 가득 차고
황금빛 자물쇠를 든 문지기가 서 있는
양지바른 마당에 놓여
오월의 햇살 아래 빛나건만

내 마음이 한겨울 그늘진 곳의 물 웅덩이처럼
더럽게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
그때 너를 만났다

가뭄 든 마을의 달팽이마냥

늘 껍질 속에 숨어 있던 너
용기 내어 세상으로 나와 눈을 뜨고 내게 맞출 때
나는 차갑게 앞만 바라보았다.


아, 지금의 나와 그때의 네가 만났더라면
내가 눈 맞추고 너를 바라보았다면

그랬다면 네 곳간도 조금 나아졌을 텐데


아직도 이따금 네가 떠오른다.
연락처에도 없는 너를
이제야 볕 드는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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