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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미 Jul 03. 2024

너는 내 운명

졸리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옆에서 꼼지락 거리며 날 만지는 조그마한 손이 눈을 뜨게 만들었다.

“잘 잤어?”

언제 일어났는지 앉아서 나를 보고 웃으며 내 얼굴을 만지고 있는 우리 아들.. 요즘 들어 부쩍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밥 먹을까?”

나의 한마디에 바로 “빵”이라고 대답한다.

버터를 두른 팬에 베이글을 구워주면 아들의 아침식사 준비는 끝이 난다.


“맛있어?”라고 물어보니 빵을 입 안에 가득 넣은 아들이 입을 오물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 보인다.


얼마 전 둘째가 우리 곁에 예고도 없이 왔다.

처음에는 놀랐다. 그리고 막막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이제 막 자라고 있는 둘째에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복직한 지 이제 일 년... 부서를 옮긴 지 이제 6개월... 육아 휴직 후 내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에 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부서이기에 임신을 하면 더 이상 이곳에서 근무를 할 수 없다.


팀에는 뭐라고 말을 하지?

언제 말을 하지?

난 또 어디로 가야 할까?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럽다. 남편은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음 주에 복직을 한다.


일을 하며 육아를 어떻게 할지 막막했지만 부딪혀 보면 될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았는데.. 여기에 임신이라는 상황이 추가되었다.


일을 바로 멈추고 첫째 아이 육아를 하면서 임신기간을 보낼까 생각도 해봤지만 당장 생계가...


워킹맘으로 지내는 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육아를 병행하며 임신한 몸으로 일을 한다니... 걱정만 앞서고 있다.


37살 전에는 둘째를 낳겠다는 나의 목표와는 얼추 맞아졌다. 그래서 사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둘째가 신기하면서 벌써 기다려진다.


직장과 병행하려니 걱정도 되지만 사실 내 안에 작은 생명체가 또 자라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호르몬 때문인가... 둘째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직장을 생각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이런 두 가지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번갈아 가며 느끼는 중이다.


최근에 심한 우울증으로 아무것도 힐 수 없었다. 이럴 때 나에게 찾아온 둘째는 나를 다시 일으키는 힘을 주는 것 같다.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일단 출산하고 복직할 때 생각하기로 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같다.


반갑다 둘째!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 잘 살아보자!!


아침을 먹으며 온갖 귀여운 표정을 짓는 첫째 아이를 보니 온 세상 걱정이 다 날아가는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아침을 다 먹는 아이 양치 시키고 어린이집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니...


아들! 양치하고 어린이집 가자 엄마는 열심히 돈 벌어서 젤리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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