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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May 21. 2024

숲에서 혼자 된 일

와리 임도에서 쑥캐다.

다음 주말에 마카모디 오월장을 간다.

아이들과 쑥절편을 해서 팔 계획이다.

지난 주에 아이들과 쑥을 캤지만

절편 3되쯤 하려면 쑥이 모자란다.

아이들이 집에 가고 없는 일요일,

쉬어야 하는데도 쑥을 캐러 나섰다.

남편은 산책을 하고 싶다, 일 생각 안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쑥캐지 말라고

했다.

나는 쑥이 모자란다했고

남편은 아이들이랑 같이 캐야 의미가 있지라

말했고

나는 주중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니

캘 시간이 안 난다고 했다.


결국 산책과 쑥캐기가 가능한 와리임도로 갔다.

와리와 태종 갈림길에서 나는 쑥을 캐고

남편은 와리 빙향으로 산책을 떠났다.

쑥을 캐려고 앉으며 돌아보니

산책을 떠나는 남편의 등이 보였다

어느새 사라졌다.

순간, 숲속 임도에서 혼자가 되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방금 전 까지 생각 못 한 일이었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


뭐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하며

겁이 덜컥났다.

생각지도 못한 두려움이었다.

그러고 보면 숲에서 한 번도

혼자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숲의 요괴 ’ 그림책 속 배달부는

숲에 똥을 누러갔다가 길을 잃고도

자연에 동화되어 잘 놀던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어디서 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기만 했다.



쑥캐는 데 몰두하자 ,

몰두하자 ,몰두하자.

주문을 외우듯 혼잣말하며

한 동안 두리번 거렸다.

이윽고

쑥캐는 데 푹 빠져 무서움을 잊어버렸다.


갑자기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또다시 덜컥 겁이 났다.

오토바이가 나타나기 전 까지

소리에 불안했다.

낯선 사람이 탄 오토바이가

고갯길에서

불쑥 올라왔고 흘깃 보더니

제 갈길을 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별것 아니구만 혼자 생각하며

다시 쑥을 캤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나무가지를 들고 땅을 치며

소리내며 걸어왔다. 반가웠다.


혼자 쑥을 캐게 될 거란 생각을

미리 하지 못 했다.

평소 내 생각에 얼마나 많은 구멍이

있었을까 하고 돌아보았다.

내 생각은 참 허술하다 .


숲에서 혼자 되고 난 뒤에야

혼자란 걸 알게 되었고

알고 난 뒤엔 이미 혼자였다.


숲에선, 아니 살면서 

옆에 사람이 있는게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으니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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