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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Dec 27. 2023

아침일기

동지 지난 닷새

동지가 지나고 닷새 되는 날이다.

현관 유리문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햇살이

온 몸으로 와서 부서지고,

감은 눈 틈으로 황금가루를 뿌리며 밀려온다.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지금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앞에 두고  앉았다.

슬며시 책에서 눈을 떼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어루만짐과 아름다움에 매료당해

넋을 잃고 있다.


햇살이 너무 좋은 날이다.

모든 생명에게 활기를 부어주며

골고루 세상을 비추는 태양에게 감사한다.

온 몸이 햇살로 흠뻑 젖고 있다.

이제 몸속 깊은 곳 까지 채워지고 또 채워진다.


커피 한 모금과 햇살 한모금을 같이 마신다.

따스하고도 쌉싸름한 커피에 햇살 맛이

한 맛 더해져서 나의 감성을 깨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의 고민과 걱정 ,수없이 되풀이 되는 질문

떠오르는 얼굴들 …

또 나아가려는 나의 욕심, 분노, 허영심…

햇살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에는

이 모든 괴로움이 없다. 정말 없다.

없는 순간도 있구나.

지금 느끼는 행복이 허상이 아니라

실상이고,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 바로,

복잡하다 느끼는 현실에 햇살가루를

좀 뿌리면 만족하지 못 하고

복잡하게 뒤엉켜 놨네 하며

금새 풀어져 버릴 것 같은 희망을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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