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타기와 물웅덩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비가 온 뒤여서 운동장은 젖어 있고
그네 아래에는 웅덩이가 리본 모양으로
생겨 있었습니다.
왜 그네 밑에만 물웅덩이가 고이지?
늘 봐왔던 거였고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봤었는데
어제는 쓸데없이 그게 궁금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네는 놀이터 기구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타는 거라서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
그네에 올라 탈 때 발로 디디고, 구르고,
내릴때 그네를 멈추려고 발로 비비고, 쓸다보니
땅이 파이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다온이와 해율이는
그네 아래 웅덩이에 익숙해 보였습니다.
“그네 밑에 리본 모양으로 웅덩이가 있네.
타기 힘들겠다“
“이럴땐 이렇게 타는 거에요. 이모,
보여줄게요 . 보세요”
둘은 이럴 땐 어떻게 그네를 타는지, 어떻게
내리는 지 직접 시연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네번째 사진은 다온이가 그네에서 내린 모습을
찍은 겁니다.
그네 밑에 물웅덩이가 있을 땐
어떻게 타야하는지 한 수 배웠습니다.
처음에 그네 밑 물웅덩이가 있는 걸 봤을 때
아이들이 그네를 탈때 불편하겠다,
움푹 패인 웅덩이를 흙으로
좀 메워 주면 좋을 건데…
키가 작은 아이들은 쉽게 그네를 탈 건 데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물웅덩이를 두고도
더 재밌게 그네를 타고 노는 걸 보면서
단순히 편함과 불편함으로 나눈 건
순전히 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그네타기에서
물웅덩이를 피해 그네타기로 놀이를 바꿔
웅덩이를 놀이 안으로 들여 놓았습니다.
오히려 물 웅덩이는 그네타기를 더 재밌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어떨때는 길을 만들어서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하기도 하잖아“
”응“
아이들에게 세상의 많은 것이
놀이거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왔었는데
놀랍게도 이미 아이들은
그렇게 놀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주변에 놓인 불편한 조건들을
너무 위험하지도, 아이들 요청하지 않았는데
어른의 판단으로 바꾸거나 치워 버립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아이들에게는
불편함을 놀이로 바꾸는
기회가 사라지고
바꾼 뒤에 찾아오는 기쁨, 만족감, 성취감
친구간의 공동 작업을 통한 유대감도
맛보지 못 하게 되겠구나.
깨끗하고 잘 갖춰진 곳에서
놀다보면 불편함은 참지 못하고
편리함만 찾는,
주변을 바꿔가는 힘이 없는,
같이 하는게 뭔지 모르는,
아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웅덩이 위를 오가며 그네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연에서 놀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산촌유학이 그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고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기승전 산촌유학이네.. 하며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