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루드
쓸내용이 있고 다음에 할 것도 많으니 쭉쭉 써내려갔던 결혼편에서 막히고 말았다. 쓰기가 싫다. 쓰기가 싫다기 보다는 쓸 내용이 없다. 왜냐하면 공연장에 결혼식해도 되냐고 묻는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외국에서 얘는 좀 특이하다,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좀 이상하다 라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받는 것이 뭐 그닥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특히 내가 현재 베스트로 생각하는 것에서 듣는 것은 그다지 아름다운 경험은 아니다. 거절을 당할 것이 99% 예상되는 가운데 전화를 하고 연락을 하기가 매우 부담 스럽다.
아니지, 어쩌면 흔쾌히 네 가능합니다 고객님, 할지도 모른다. 나의 인생에서 이런 순간들은 넘쳐난다. 나의 상식선에서, 나의 지금까지 기발한 발상들이 한국 사회에서 쟤는 왜저러니 라는 반응으로 그리고 실현되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서 또 싫어하겠지라고 추측되는 일들이, 사실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여서 물어보면 아무런 문제없이 그냥 실행이 되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나는 단지, 거절을 당했던 경험을 너무나 아프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마 이 일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물어보는 것으로 말미아마 공연장의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다보니 5일동안 고민했던 일이 해볼만 하게 느껴졌다. 뭔가를 하고 싶지 않고, 내가 왜 하고 싶지 않은지 명확하다고 해도, 똑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그 것을 글로 써보는 것은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머리속에서 조각조각으로 하고 있던 생각을 이어 붙여 생각의 전체범위를 알고 보니, 그렇다면 일단 알아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공연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거절 당했다.
그렇지 그렇겠지.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공연장이란 왜 있는가? 개인이 사용할 수 없다면 왜 존재하는가?
개인의 행사가 문화 예술 공연 교육에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 콘서트, 결혼 강연, 결혼 교육, 혹은 강연 그러나 결혼을 겯들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하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식장에 가나보다.
결혼식장 비싸다고 정부에서 감사하네마네 하던데, 국립 극장, 공연장, 박물관 등 그런 시설들이나 오픈해줬으면 좋겠다.
허허, 그런 글을 쓰다보니 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박물관에 강당 같은 것이 있다. 의자와 책상만 있으면 되니, 그런곳을 또 공략해봐야 겠다. 그렇다면 굉장히 많은 시설이 있을 것이고, 잘 찾아보면 의자와 책상이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강연으로 기획을 하면 가능할 것 같다.
오케이, 내 결혼식은 강연, 결혼을 겯들인, 혹은 콘서트, 결혼을 겯들인 으로 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결혼식장에서 결혼하고 200만원 이렇게 쓰는 것은 돈이 너무 아깝다. 그건 안될 듯. 차라리 그 돈으로 밥을 사고 기부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