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단짝 찾지 말고 카피바라를 본받으렴.

생물에게 배우는 인성 이야기

만난 지 6개월, 두 여학생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뚝 떨어진다.

"선생님은 지나랑 희진이가 오해를 풀고 화해했으면 좋겠어."

"이런저런 문제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지나는 희진이랑 같이 더 붙고 있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 희진이가 다른 친구랑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심하게 말한 것 같아."

"그렇지만 희진이도 지나가 하는 말에 대꾸하지 않은 점은 잘못된 것 같아."

"......"

내가 혼자서 한참을 떠들어도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한 이성이 나를 말린다.

'이 아이들이 선생님의 개입으로 쉽게 마음을 풀고 화해할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자.'

"선생님이 있어서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못하는 거면, 선생님이 잠시 시간을 줄 테니 오해 풀어봐"

둘만 잠시 이야기할 시간을 주기 위해 20분 간 자리를 비워주었다. 그리고 20분 뒤.

"혹시 둘 오해는 풀었니? 선생님하고 이제 이야기 좀 나눠볼까?"

"......"

지나와 희진이는 책상을 바라보며 똑같은 표정으로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세상 친해서 영원히 붙어 있겠다고, 나중에 커서 결혼하겠다고 말했던 13살 초등학교 6학년 여자학생 두 명은 그렇게 사소한 오해로 마음이 상하더니 말 한마디 없이 눈물의 이별식을 마쳤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10년째 고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현재까지 매년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풀기가 쉽지 않다.(학생을 가르칠 때 성별을 고려하진 않지만 통계에 기반한 데이터들이 내 의식에 들러붙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잘 자잘하게 싸우지만 며칠 안 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울리는 남자아이들과 한 번 크게 싸우고 다시는 함께하지 않는 여자아이들은 그 패턴이 너무도 명확하게 달랐다. 나는 그 원인이 여자아이들 특유의 단짝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짝을 중요시하는 교우관계에 대한 알고리즘은 매년 패턴화 되어 있다.

단짝이란 말은 교사인 입장에서 달가운 말은 아니다. 단(短)짝이란 말은 짧을 단이라는 한자와 우리말 짝이 붙은 글자인데 이 말을 지은 사람은 알까? 듣기 좋은 이 말이 교사입장에서 매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되는 말이라는 것을. 아이들 입장에서는 교우관계를 좁히는 말이라는 것을.






학년초

3월 초 학년과 학급이 바뀌면 첫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교실에 붙어 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른 반으로 가버린 단짝을 만나러 그 반 복도로 손쌀같이 가버리기 때문이다. 때로는 오작교가 우리 반도 그 반도 아닌 중간반 복도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는 첫 주만 다른 반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일주일이 아닌 첫 주다. 3월 2일이 금요일이면 애석하게도 하루만 허락한다.)

"선생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반에 있어요. 왜 가면 안 돼요?"

"지나야, 우리 반에서도 지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우리 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요. 다른 반 복도에 계속 있으면 쉬는 시간이더라도 다른 반 아이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도 있고요."

"그럼 언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점심시간이나 마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쉬는 쉬는 시간에는 우리 반 친구들하고 쉬도록 해요."







학부모 상담시간

"선생님, 저희 지나 우리 반에 희진이와 단짝처럼 지낸다고 하는데 근처에 앉혀주면 안 되나요?"

"어머님, 죄송한데 학급 규칙상 제가 강제로 둘만 근처에 앉힐 수는 없어요. 두 친구가 너무 규칙도 잘 지키고 잘 지내지만 방과 후에 서로 어울리고, 학교 생활할 때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학부모님의 걱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옳은 말씀도 맞다. 단,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친구는 두루두루 사귀는 것이 무조건 좋다.






몇 달 뒤

"선생님, 저 사실 소영이랑 지금 사이가 조금 안 좋아요"

가영이가 몇 달 뒤 나에게 한 말이다. 먼저 한 말일까? 교사 입장에 서 보면 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때 한 친구를 몰래 불러 물어보면 사이가 안 좋다는 말을 한다.

이 사태의 결말이 앞에 서술했던 두 친구의 이별식이다. 단짝 친구들은 사이가 각별했던 만큼 극렬하게 사이가 사이가 멀어진다. 어색한 사이로 남을 경우 다른 친구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단짝하고만 놀며 다른 구들과 많이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만큼 재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소위 인싸(인사이트)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학부모님이 원하는 단짝도 많고, 인기도 많은 아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년 동안 고학년 담임을 해온 입장에서 내가 본 바로는 카피바라처럼 포근한 성격이 최고다. 호구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카피바라도 자신에 대해 공격하는 개체에게는 포근하게 대하진 않는다. 친해지고 싶어 오는 친구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따뜻하게 해 주고, 모든 친구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아이들아, 친화력만큼은 카피바라를 본받아야 해

카피바라는 남아메리카 쪽에 사는 설치류 동물이다. 설치류, 그러니 쥐 종류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 동물로 몸길이가 1~1.3m나 되고, 몸무게도 40~60kg이다. 카피바라라는 이름은 '얇고 가는 잎을 먹는 동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피바라는 초식성 동물로, 주로 물에 사는 식물을 먹는다. 카피바라는 대략 10~20마리의 집단을 위해 생활을 한다. 카피바라는 식량을 구하는 과정에서 공동육아를 한다.

이러한 카피바라는 특유한 친화력으로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카피바라는 원숭이나 다른 새들을 등에 태우고, 작은 동물들을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가기도 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




아이들아, 카피바라처럼 모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두렴. 카피바라는 원숭이하고만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거북이라고 그 친구와 거리를 두지도 않는단다. 카피바라처럼 살면 어느 반에서든 모든 친구를 단짝으로 만들 수 있단다. 모든 동물들이 모이는 카피바라처럼 너희들도 한 친구의 단짝을 고집하지 말고 반 전체 친구를 단짝으로 만들 수 있어. 낯선 친구가 왔을 땐 일단 표정부터 활짝 푸는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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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에 나온 이름은 가명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보어드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