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에게 배우는 인성 이야기
"선생님, 재민이가 제가 지나가는데 밀었어요."
"그래? 혹시 재민이에게 왜 물어봤는지 물어봤니?"
"아니오."
"민 것이 확실하니?"
"네. 제가 지나갈때 저를 밀었어요"
"알겠어. 선생님이 재민이에게 확인해보고 다시 이야기해 볼게"
기훈이가 학교가 마친 후에 나를 찾아와서 말을 한다. 유치원 아이들의 신고가 아니다. 13살 초등학생의 신고다. 그럼에도 바로 기훈이를 위로하거나 재민이에게 전화를 해서 혼낼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 대화에서 설명하겠다. 결말은 이날부터 대충 예상이 된다. 기훈이와 재민이는 평소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다. 재민이는 평소에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 학생도 아닐뿐더러 기훈이와는 장난을 칠 사이가 아니다.
다음날 아침 재민이를 불렀다.
"재민아, 혹시 기훈이 민 적 있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니오"
"다시 한번 생각해보렴. 정말 민 적 없니?"
"없어요"
"재민이와 최근 같이 논 적은?"
"없어요"
기훈이를 부른다. 기훈아, 어제 언제쯤 재민이가 밀었니?
"아, 어제 전담실 가면서 책 챙기고 가는데 밀었어요.
재민아 기억나니?
"어... 기억이 안나요."
기훈이가 갑자기 입을 연다.
"재민이가 다른 친구와 장난치다가 뒷걸음질 치며 밀었어요."
재민이가 말을 한다.
"아 어제 모르고 장난치다가 등으로 밀어서 사과했어요."
재민이에게 다시 사과를 시키고, 기훈이에게는 혹시 친구가 모르고 한 실수는 친구에게 말을 하고, 사과를 하면 한번쯤은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사과와 지도로 사건을 마무리가 되었다. 10년 넘게 고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의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정말 중대한 문제가 있는 신고, 보복성 신고, 선생님을 이용하는 신고, 자신에 대한 가벼운 일회성 피해를 용납하지 못하는 신고이다.
정말 중대한 문제가 있는 신고는 학교 폭력과 관련된 신고, 또는 모둠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신고 등이 있다. 이 경우는 정말 엄격하고, 민감하고, 세밀하게 교사가 반응해야 한다. 보복성 신고는 다른 친구가 자신의 잘못을 이르거나 자신에 대해 공격하였을 경우 그 친구를 감시하다가 이르는 신고이다. 선생님을 이용하는 신고는 웃어 넘길 수 있는 신고로 친한 친구끼리 "선생님, 00가 선생님 못생겼대요"하는 신고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신고는 마지막에 적힌 자신에 대한 가벼운 일회성 피해를 용납하지 못하는 신고다. 이것은 일단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도 학부모 입장에서도 논리가 성립하는 굉장히 해결하기가 어려운 난해한 신고다. 이러한 신고들 역시 패턴화 되어 있다.
피해를 입는 상황
피해를 입는 상황은 다채롭다. 문제는 이 피해가 자신에 대한 가벼운 일회성 피해라는 점이다. 다음은 일회성 피해의 예시다. 놀랍게도 이제까지 교직 생활을 하면서 모두 나에게 들어온 상황별 신고들이다.
"누가 지나가다가 제 필통을 떨어뜨렸어요"
"진이가 저를 쳐다 봤어요"
"저 감기걸렸는데 채연이가 창문을 열었어요"
"추워서 제가 에어컨을 껐는데, 기훈이가 다시 켰어요"
"재민이가 저를 밀었어요"
이 상황들에 대해서 절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 안된다. 이미 이 친구들은 굉장히 섬세하기에 굉장히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위의 이야기들을 고소한 친구들의 공통점은 그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 점을 친구들에게 미리 이야기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쳐다보는 친구에게 왜 쳐다봤는지 물어보지 않았고, (그 친구는 대회에 참여하는 친구로 시간이 오는 가에 대한 시계를 본 거였다) 창문을 연 친구에게 감기걸린 사정을 말하지 않았고, 추워서 에어컨을 끈 친구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반에 들어온 기훈이는 몰랐었다.
그 친구의 주위 친구들의 행동은 어떻게 변할까?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서의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당사자인 친구를 불러 오해를 친구의 잘못이라고 신고한 것에 대해 지도하고, 상대편 친구의 '실수'에 대한 사과를 시키는 것이다. 오해만 풀어도 탈이 났었고, '실수'에 대한 사과만 시켰어도 반대편 아이가 억울해 탈이 났었다.
넘어갈 수 있는 일회성 실수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를 적극 권유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정말 순수하고 착하다. 속 좁은 어른들보다 평균적으로 감정을 빨리 풀고, 같이 어울리고 잘 논다. 하지만 반복되는 예민한 반응에 어린 친구들도 상처를 받게 된다."
"선생님, 친구들이 제가 조금만 표정이 안좋으면 미안하다고 해요"
"선생님, 친구들이 제가 장난쳐도 다시 장난 안쳐줘요"
학교에서 피해도 안 받고,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핵심인물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에게 자석처럼 친구들이 딸려오면서도 주체적으로 사는 친구들이 있다. 10년 동안 고학년 담임을 해온 입장에서 내가 본 바로는 파리지옥같은 3번은 기다려주는 성격이 최고다. 참는 친구들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넘겨줄 수 있는 상황은 넘겨주라는 말이다. 물론 파리지옥이 3번 기다려주는 의미는 생물학적 입장에서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일회성이 크지 않은 실수로 인한 피해는 넘겨주고, 피해를 계속 받으면 2번째는 그 친구에게 이야기해주고, 3번째는 선생님께 말하는 것이 제일 좋다.
애들아, 화가날 땐 파리지옥을 본받으렴.
파리지옥은 식충식물로 파리, 개미 등의 곤충을 산채로 먹으며 일단 먹이를 삼키면 소화가 될 때까지는 잎을 닫아 놓는다.
파리지옥은 유인 냄새를 뿌려 덫으로 들어오는 곤충을 잡는다. 파리지옥의 잎에는 세 개의 감각모가 있는데 감각모는 예민하고 작은 털이다. 곤충이 잎을 기어가다가 감각모를 건드리고 20초가 안되어 다른 감각모를 건드리면 잎이 닫힌다.
애들아, 파리지옥은 바람이나 모래가 지나가다 감각모를 건드린다고 바로 잎을 닫진 않는단다. 너희도 친구들이 실수했다고 바로 화를 낸 적이 있지는 않니? 파리지옥처럼 한번 정도는 다른 친구들의 실수나 잘못을 한번 정도는 넘어가는 마음을 가져보렴. 적어도 한 번은 넘어가보자. 이 친구가 일부러 나를 자극하는 것인지? 괴롭히는 것인지는 2번부터 살펴보자. 2번째는 그 친구에게 하지말자고 이야기를 직접하자. 3번부터는? 잡아먹진 말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해결하는 것으로 하자. 그래야 선생님도 더 확실히 혼내 줄 수 있지 않겠니?
*모든 이야기에 나온 이름은 가명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