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무작정 친해지지말고 박쥐처럼 반응을 탐지하렴

생물에게 배우는 인성 이야기

by 과학전공 초등교사

6학년 담임을 오래했기에 졸업을 앞둔 2월이 되면 항상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애들아, 중학교에 가면 다양한 친구들 많이 사귈 수 있어 좋지? 그래도 3월에는 정말 조용히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렴."

"왜요?"

"무작정 친해지다 보면 나중에 자기랑 안 맞는 친구일 경우 나중에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단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이정도 반응이면 거의 70%는 이해했다는 소리이므로 일단 안심한다. 아래 실제 사례를 보면 왜 무작정 친해지는게 위험할 수도 있는지 알 수 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저 한경이이에요. 상담드릴 게 있어요"

"오 그래, 한경아 잘 지내지?"

"저, 그, 예전에 졸업할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못지켜서 지금 고생이에요"

"응, 무슨 얘기?"

"3월에는 어떤 친구가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한 이야기요"

"아하! 근데 무슨 일이니?"

"3월에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랑 마음이 맞아 친해졌는데 알고보니 그 친구가 굉장히 장난이 심하고, 가끔 제 허락없이도 제 자전거를 막 들고가요"

"아이고. 잘 안 맞는 친구면 거리를 두는 것은 어떻니?"

"거리를 두려고 해도 저희 집까지 알아서 자꾸 찾아와요"

"한경아, 이건 친구에게 일단 진지하게 이야기해보고 안되면 담임선생님께 빨리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네, 선생님, 선생님 말씀 들을 걸 후회되네요"

미안하지만 같이 학교 생활을 하지 않는 내가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중학교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교에서도 새학년이 되면 새로운 친구와 친해질 수 있다. 만약 우리 반에 친한 친구가 한명도 없다하더라도 초조함에 급히 친구를 만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적어도 2주 정도는 지켜보자! 특히 고학년일수록 말이다. 새학년이 되면 어떤 친구라도 선생님 눈치, 새학급 분위기 눈치를 본다. 2주 정도는 지켜본 후 친한 친구를 정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나랑 안 맞는 친구 피하기 (극히 주관적으로 그 아이의 인성이 좋고 나쁨의 척도가 아님)

2. 나랑 맞는 친구 찾기 (마찬가지 극히 주관적으로 그 아이의 인성이 좋고 나쁨의 척도가 아님)


만약 내가 친구를 잘 배려하고 독서에 관심이 많은 아주 바람직한 학생이라고 하자. 새 친구를 찾으려면 2주는 기다려야 한다. 나와 정 반대로 고집이 있고 독서에 관심이 없는 친구도 처음에는 학급 규칙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배려 깊고 독서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나와 똑같은 배려하고 독서에 관심이 아주 많은 학생도 처음에는 눈치를 보고 있기에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해서 파악이 안된다. 2주 정도 지나야 조금씩 말도 주고받으며 행동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편을 가르라는 말이 아니다. 친구는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좋지만 깊게 사귀면서 어울리는 친구들은 성향이 맞는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 필요하다.



나랑 안 맞는 친구와는 너무 깊게 친해지는 것 피하기


"선생님, 저 현희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영지야, 3월에 친하게 지내다가 왜 갑자기 힘드니?"

"현희가 늦은 밤에도 자꾸 연락오고 전화오고 전화 안받으면 삐져요"

"싫다고 말해봤니?"

"네 근데 3월에는 그렇게 많이 놀았거든요. 근데 이젠 너무 힘들어요"

"아이고, 선생님이 현희랑 한번 이야기해볼게"


이건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다. 쉽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내가 부른 자체로 미안하지만 이 둘 사이는 깊이 사겼던 만큼 조금의 내상이 생기긴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적어도 아주 깊은 사이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인 것이 좋다.



나랑 맞는 친구 찾기


친구들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오는 친구도 반겨주고, 같이 어울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이라고 해서 자기에게 연락하는 모든 친구들과 깊게 사겨보라는 이상적인 이야기는 양심상 할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을 실망시켰다면 미안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성향과 취향이 있다. 내가 말하는 두루두루 친하는 기준은 나와 성향과 취향이 다르다고 '싫다' '나쁘다'라고 정의하지 않고 존중하고 어울리라는 이야기다.

그럼 깊게 사귀는 친구는 어떻게 찾을까?

3월에는 최소 2주이상 기다려야한다. 내가 어떤 친구와 친해지는 순간, 예를 들어 앞의 영지와 현희처럼 친해지는 순간, 통계적으로 여자 학생들의 경우 더욱 더, 그 친구에게 집중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을 둘러볼 시간이 줄어든다.



애들아, 무작정 친해지지 말고 박쥐처럼 반응을 탐지하렴

박쥐는 비행이 가능한 포유류로 어둠 속에서도 잘 날아다닌다. 박쥐는 야행성이라 밤에 활동을 하는데 음파를 발사하여 음파가 물체에 부딪칠때 생기는 반응을 탐지하는 능력으로 반응을 살펴 먹이를 찾거나, 장애물을 피한다


애들아, 박쥐는 항상 음파를 먼저 보내서 반응을 보고 행동한다. 너희도 3월에는 무작정 친구와 친해지지말고 나와 성향이나 취향이 비슷한지 살펴보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지도나 평소 행동은 어떠한지 살펴보고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아보렴.


*모든 이야기에 나온 이름은 가명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전 04화애들아, 모둠활동이 안될 땐 개미를 본 받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