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t Feb 16. 2024

브랜드 전략 수립과 렘브란트 자화상

정체성을 탐구해 가는 여정

렘브란트 자필 서명

최근 업무로, 오랫동안 잠든 브랜드를 일깨워 숨 쉬게 할 전략 안을 작성 중이다. 리더에게 보고하는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브랜드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브랜드 전략 수립은 기업의 핵심 가치와 목표를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전문 대행사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내부 스킬 셋 강화 차원에서 팀에서 진행키로 결정을 하고 진행하면서 문득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자화상이 떠올랐고 생각의 꼬리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으로 이어졌다. 내부에서의 작업이 마치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그것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생각한 것 같다.

<20대 렘브란트 자화상(1629)> 23살

빛의 화가로 불리며 당대 거장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렘브란트는 자화상이란 타이틀로 참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른 영역-종교화 등-에서도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나는 유독 자화상에 눈길이 갔는데 그 이유가 한 작가, 사람의 일생을 그 어떤 부연 설명 없이 화폭에 담았고 그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기업과 브랜드는 한 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가치관, 목표 등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고 이것은 마치 화가가 자신을 그려내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시간, 경험, 업적 등을 반추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의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과정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물들과 혹은 기대하지 않은 것들이 생겨난 것은 없는지, 그리고 그걸 극복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지.


브랜드 전략 수립은 자화상 그리기와 매우 유사한 과정이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렘브란트는 화가로서 자화상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의 자화상은 그의 예술적 탐구와 내적 탐구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다. 탐구,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그리고 그 전략이 브랜드를 시장에서 살아가게 만드는데 기초일 것이다. 

“탐구”가 바탕이 된 렘브란트의 자화상, 그는 왜 자화상을 인생 주기에 맞춰 다작했을까? 브랜드 전략 수립과 관계는 없을까? 찾아내 보자. 


먼저 기술적 탐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브랜드 차원의 USP라고 할까?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통해 빛의 쓰임, 그림 기법, 색채 등을 실험하고 연습할 수 있었고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시간의 흐름, 인생 여정에 따라 변한 자신의 얼굴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표현과 감정을 담아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렘브란트는 자화상에 본인의 USP를 잘 담아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내적 탐구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통해 자아를 탐구하고 내면세계를 탐험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자아의 변화와 성장을 기록하고 표현했다. 브랜드가 자기 평가, 분석을 해내는 과정과 같다고 보인다. 


내적 탐구와 더불어 렘브란트는 자아 정체성을 깊게 탐구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자신의 인간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자신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 시공간에서의 내면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자아의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수용 가능한 자아정체성을 발견해 내고 이를 밖으로 전달해 가는 어찌 보면, creative concept과 communication 방법의 일환이라고도 여겨진다. 


브랜드 측면에서 젊은 시절 자화상에서 노년까지의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다 보면 일세를 풍미하다 사라져 간 수많은 브랜드들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이 브랜드의 영속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감히 판단은 안 되지만 그러기를 바라 본다.

60대 말년의 렘브란트 모습(1661)

어쨌든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지금도 남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브랜드, 브랜드 전략가 아닐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