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이 열리는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가고 싶은 도서관이 많아진 만큼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야 하지만 늘 그렇듯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느끼게 한다. 주말에 찾은 신상 도서관 ‘방배숲환경도서관’도 그 값어치를 온몸으로 만끽할 만큼 다시 가고 싶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이름에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냈다. “숲” 그리고 “환경”. 요즘 들어 각 지자체 별로 저마다의 자랑거리를 담아 도서관을 개관하는데 이곳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다. 도서관 오르는 길이 조금은 언덕길이지만 다가갈수록 녹음이 우거진 숲이 다가온다. 강남 중심 방배동에 숲이 있고, 그 숲이 도서관을 품고 있다니.
도서관을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 뒤로 분류표에 따라 잘 정리된, 서울 시내 타 도서관에 비해 꽤 많은 도서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장서들 위로 둥글게 이어진 창문을 통해 도서관 전체를 아우르며 봄 햇살이 도서관 전체를 비춘다. 자연채광을 통해 역대급 밝음과 쾌적함을 자랑한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높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중정이 눈길을 끄는데 완벽한 원형이다. 원형 정원 안에 녹색 잔디가 깔려 있고 그 위로 숲이 보이고 푸른 하늘이 잘 꾸며진 어느 개인정원 못지않은 뷰를 선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도서관은 천장 디자인부터 정원까지 전체적으로 둥근 원을 많이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한다. 2층 벽면에 대형 LED 패널도 생생한 색감을 자랑하는 자연을 담은 콘텐츠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더한층 안락하게 만든다. 도서관 자체는 물론 사람이 만든 건물이지만 숲을 찾아 도서관이 온 듯하다.
도서관 구역 구분도 참 마음에 든다. 중정을 “햇살, 뜰”로 이름 짓고 내부 공간은 “열매, 숲”, “새싹, 숲”, “트인 숲” 등, 자리 잡은 곳의 특성과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를 잘 담아낸다.
도서관을 돌아보며 다른 도서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이 도서관 만의 ‘서비스’도 보게 됐다. 회원이면 누구나 무료로 노트북과 태블릿을 대여해 사용 가능한 무인 대여 서비스다. 옆에 있던 아내가 부러운 듯이 한마디 한다. “역시 부촌인가 봐. 이런 장비도 빌려주고, 동영상 채널도 무료로 볼 수 있고.”. 나도 사실 속으로 부러워했다.
여행 관련 책을 펼쳐 몇 페이지 보고 숲으로 향했다. 옥상을 통해 숲공원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옥상 정원에 태양광 패널이 이 도서관의 정체성을 한 번 더 상기시킨다. 숲으로 들어서니 데크로 만들어진 무장애길을 통해 신록과 숲내음을 맡으며 ‘숲공원’ 곳곳을 천천히 느껴볼 수 있다. 다양한 환경체험공간을 지나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강남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정표를 보니 조금만 더 숲길을 가면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두 곳의 도서관을 두루두루 들러 볼 수도 있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린다는 본연의 기능 만으로도 국민의 세금을 들일만 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도서관이 숲 안에 있고 사시사철 자연과의 교감을 가능케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도서관이 있을까?
숲은 그 자체로도 이미 자연도서관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