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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May 08. 2024

민희진의 브랜딩? 블렌딩!


최근 몇 달 동안 팀과 함께 브랜드 캠페인을 준비 중이고 곧 론칭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인 브랜딩에 대해 수만 가지의 정의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직간접적 경험 제공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를 대중들에게 갖게 하는 일련의 마케팅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지속적 마케팅 활동을 한 개인이, 물론 유명한 개인이지만, 단박에 이루는 기적 같은 일을 최근에 지켜보게 됐다. 그리고 부러웠다. 


브랜드가 된 민희진 

아이돌 그룹 그리고 그 소속사의 오너, 프로듀서가 브랜드가 되고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이 이제 당연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기자회견의 주인공 ‘민희진’의 경우는 결이 조금 다르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본인을 역사 상, 최단시간 내에 대한민국 모든 이들이 기억할 만한 브랜드로 만들었고 자식인 <뉴진스>에 버금갈 만큼의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런 브랜드는 없었다. 그래서 부럽다. 긴 호흡으로 죽어라 브랜딩을 해도 대중에게 인지되고 선택받는 브랜드가 될 가능성은 경험 상 1%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브랜드 전문가들이 각양각색의 논리를 전개한다. 이 역시 브랜드가 됐다는 반증이다.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을까? 

브랜드 민희진의 시작과 끝은 ‘기자회견’이었다. 대중에게 인식된 연예인의 기자회견은 모듈이 있다. ‘사과’, ‘해명’, 혹은 ‘반박’ 그리고 눈물. 하지만 민희진의 그것은 시작부터 달랐다. 그나마 비교되는 게 ‘나훈아 기자회견’인데 민희진은 파괴력에서 나훈아를 시작부터 넘어섰다. 나훈아의 기자회견은 ‘분노와 사실’그리고 ‘벨트 퍼포먼스’를 전통 매체를 통해 녹화 전달되었고 중간 단계인 기자의 해석을 거쳐 대중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민희진은 “실시간 생중계”였다. 누군가의 해석이나 필터링 100% 날 것으로 전달됐다. 

‘막말’, ‘욕’으로 점철된 회견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민희진은 그 어떤 마케터나 스토리텔러가 하지 못한 스토리와 소구력으로 미디어와 대중의 눈, 귀를 오롯이 자기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안무연습 중 급하게 달려온 듯한 의상과 모자로 일하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제대로 강력하게 전달하며 하이브 혹은 방시혁을 무력화시켰다. 누가 잘했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민희진은 치밀한 수사, 백업 콘텐츠, 잘 연출된 팩트 전달을 자유자재로 써가며 전략 마케팅, 브랜딩을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여론을 내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 순간에도 광고와 프로모션으로 브랜드를 관리해 온 기존 브랜드들의 노력을 한방에 바보로 만들었다. 기존의 마케팅 문법을 파괴하며 새로운 마케팅 문법, ‘민희진 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는 다른 엔터사의 대표나 프로듀서가 보여주지 못했던 대중을 끌어들이는 민희지만의 필살기가 있었다. 그 필살기는 뉴진스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도 자신을 드러냄에서도 보인다.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표현하면 내게 눈길과 마음을 줄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욕망을 채워준 것이다. 다양한 세대를 끌어안을 뉴진스 만의 음악과 안무를 통해 이미 검증을 받았고, 자기 방어를 넘어 내 편 만들기의 수단으로 대중들의 기저에 깔린 욕망을 적절히 매만진 것이다. 

민희진의 브랜딩(Branding)은 블렌딩(Blending)

기자회견 후, 다양한 섹터에서 민희진을 공격하는 콘텐츠들이 유통됐다. 자기 복제, 카피, 공 가로채기, 보유 주식 등. 개싸움의 주인공으로서 어쩌면 예상된 전개일 수도 있다. 머니게임을 이야기할 것도 아니고 그건 사실 법리적으로 혹은 이해 당사자 간 풀일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민희진은 브랜딩 전문가가 될 자질을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재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민희진의 브랜딩은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Blending이라고 본다. 블렌딩은 위스키나 커피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블렌딩 위스키’라고 하면 곡물이나 혼합 원료를 사용한 위스키로 여겨진다. 민희진의 브랜딩은 블렌딩이 기초가 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합하고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내고 어떻게 보이게 할까 하는 일련의 과정에 다양한 블렌딩을 접목해 민희진만의 유니버스, 세계관을 만들어냈고 그 아웃풋이 뉴진스인 것이다. 카피다, 레퍼런스다 공격들을 하지만 민희진은 그만의 원형을 만들었다. 


잘 섞는 것도 기술이고 창조다. 그녀는 브랜딩을 하나의 관념적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발굴부터 대중 앞에 선보이는 전 단계에 걸쳐 블렌딩을 전개했고 그 결과로 브랜딩을 이룬 것이다. 

하이브라는 거대 공룡과 다윗으로 비견되는 민희진 간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다만, 민희진이 만들어 가고 있는 브랜딩, 블렌딩의 다음 스테이지만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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