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4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어제의 선택들이
밤 사이 가라앉아
말이 되지 못한 마음으로 남아 있고,
아침은 그 모든 것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불러냅니다.
하루는 늘 새로 오지만,
사실은
많은 것들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보이지 않는 약속들,
말로 하지 않은 합의들 위에
오늘이 조용히 놓입니다.
1943년 1월 14일 — 제2차 세계대전 중 ‘카사블랑카 회담’이 시작된 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연합국의 지도자들은
공개되지 않은 공간에 모여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담은
즉각적인 평화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방향을 정하는 자리였습니다.
총성이 아닌
대화와 결정이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씩 밀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세상의 큰 흐름은
눈에 띄지 않는 방 안에서,
조용한 합의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가족 회의가 열린 저녁.
식탁 위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반찬들과
말을 고르는 침묵이 놓여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누구도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대신
“이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짧은 문장들이
오래 머뭅니다.
결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고개를 한 번씩 끄덕입니다.
그날 밤,
집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어딘가
조금 덜 흔들립니다.
오늘,
눈에 띄지 않는 선택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나는 종종
크고 분명한 변화만을
의미 있는 것이라 여기며
하루를 재단해 왔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결정들,
말로 다 하지 못한 배려들을
스스로도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역사는
속삭이듯 알려 줍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항상 요란하지 않으며,
조용한 방 안에서의 합의처럼
차분하고 오래 남는 것이라고.
가라앉게 하소서.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조급함을.
그리고
맑아지게 하소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서로를 지탱하는 선택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신뢰를.
오늘의 나는
위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상처를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관계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쪽으로
조용히 마음을 두는
선택을 하게 하소서.
말하지 않은 배려,
양보한 한 걸음,
미뤄 둔 자기 주장 속에도
미래를 지키는 힘이
숨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이 하루의 끝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서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가라앉아
불필요한 긴장이 풀리고,
맑아져
조용한 합의의 가치가
선명해지도록,
오늘을
보이지 않는 선택이
하루를 지탱하는 날로
살아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