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호르몬에게 말 걸 때

정신, 감정, 숨결이 몸의 균형을 바꾸는 법. 1부. 1장

by 토사님

1부. 몸 안에 흐르는 호르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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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몸 안의 작은 지휘자, 호르몬

1-1. 호르몬은 무엇인가 – 신경과는 어떻게 다른가
1-2. 피 속에 섞여 다니는 메시지
1-3. 뇌-뇌하수체-내분비선: 보이지 않는 지휘 체계
1-4. 미세한 화학 변화가 삶을 바꾸는 방식


1-1. 호르몬은 무엇인가 – 신경과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하지?”
“왜 이렇게 의욕이 안 날까, 성격이 바뀐 것 같아.”

대부분은 이 변화의 이유를
“마음먹기”, “멘탈”, “내 성격 탓”으로 돌려 버립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다른 설명이 보입니다.


내 몸 안에서 오고 가는 신호 체계,
그 중에서도 특히 ‘호르몬’이라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들.


이들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내 탓”이라는 막연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구체적인 언어로
몸과 마음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장에서는 그 출발점으로,
호르몬이 도대체 무엇이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신경(신경계)**와
무엇이 다른지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1.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언어가 있다

우선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하나는 번개처럼 빨리 전달되는 언어

다른 하나는 천천히 퍼져 나가지만 오래 남는 언어

이 두 언어가 바로,

신경의 언어(신경계)

호르몬의 언어(내분비계) 입니다.


둘 다 “정보 전달”이라는 같은 일을 하지만,
방식도, 속도도, 역할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기분,
그리고 몸의 변화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2. 신경 – 전선을 타고 흐르는 번개

먼저 신경을 생각해 볼까요.

신경은 말 그대로
몸 곳곳에 뻗어 있는 전선과 같습니다.

손가락이 뜨거운 프라이팬에 닿는 순간,

발가락이 책상 다리에 부딪히는 순간,

휴대전화 벨이 울릴 때 깜짝 놀라는 그 순간,


우리 몸에서는
전기 신호가 초고속으로 튀어 다닙니다.

이것이 신경의 언어입니다.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몇 밀리초(1초의 천 분의 일) 단위로 반응합니다. “지금 당장 피해야 하는 위험”에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길이 정해져 있는 전선 구조

신경세포(뉴런)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신호가 갈 수 있는 길이 미리 만들어져 있습니다.

A에서 B로 가는 길이 이미 깔려 있는 고속도로에 가깝습니다.

정확한 위치에 도착한다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면,
정확히 그 손가락의 신경이 뇌로 신호를 보냅니다.


특정 근육, 특정 장기에
“수축하라”, “멈춰라” 같은 정밀한 명령이 내려갑니다.


신경계는 요약하면,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 사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입니다.


눈앞의 위기, 즉각적인 반응,
초단기 의사결정의 언어가 바로 신경입니다.


3. 호르몬 – 피 속에 섞여 다니는 편지

반면 호르몬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호르몬은
뇌, 갑상선, 부신, 췌장, 난소·고환 같은
내분비선에서 만들어져
피 속으로 분비되는 화학 메신저입니다.


이들은 전선을 타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혈액이라는 강을 따라
온몸을 떠다니며 퍼집니다.


여기에도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영향은 넓고 오래 간다

분·시간·날짜·계절 단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1초 뒤”가 아니라
“오늘, 이번 달, 이 시기 전체”의 상태를 조율합니다.


전신을 돌지만, 선택적으로만 읽힌다

혈액은 온몸을 돌지만,
모든 세포가 모든 호르몬에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세포에는 특정 호르몬만 읽어내는
**수용체(리셉터)**라는 자물쇠가 있고,

호르몬은 열쇠처럼 그 자물쇠에 맞을 때만
“명령”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호르몬이 여러 장기에 동시에 작용한다

예를 들어 코르티솔은
혈당, 면역, 기억, 수면, 혈압 등
여러 시스템에 동시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한 호르몬의 불균형이
“온몸이 이상한데, 설명이 잘 안 되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호르몬계는 요약하면,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입니다.


성장과 노화,
수면과 각성,
에너지 저장과 사용,
생식과 면역 같은
“삶 전체의 리듬”을 담당합니다.


4. 같은 사건, 두 개의 길

이제 하나의 예를 들어,
두 시스템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보겠습니다.


어느 날,
상사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당신을 꾸짖습니다.


1단계: 신경의 번개

귀가 그 소리를 듣고,

청각신경이 뇌로 신호를 보내고,

뇌는 “위협”이라고 판단합니다.

바로 이어서,

심장으로 가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이 빨리 뜁니다.

근육으로 가는 신경이 긴장을 높여
어깨와 목이 굳습니다.


이것이 신경의 빠른 반응입니다.
0.몇 초, 몇 초 안에 이루어지는 번개 같은 처리입니다.


2단계: 호르몬의 파동

그와 동시에,
뇌 깊은 곳의 시상하부가 움직입니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전신에 비상 명령을 내려라.”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고,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에 명령을 내립니다.


부신은 곧
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을
혈액 속으로 쏟아냅니다.


이 호르몬들은
몇 분~몇 시간에 걸쳐 전신을 돌며 말합니다.

“혈당을 올려라, 에너지가 필요하다.”

“면역 반응을 잠시 낮춰라,
지금은 싸우느라 급하다.”

“소화는 잠깐 뒤로 미뤄라.”

당신은 퇴근길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집에 와서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직장에 있었던 일은
이미 끝났지만,


호르몬은 아직도
그 사건을 처리하는 중인 것입니다.


5. 왜 ‘호르몬과 신경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한가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늘 피곤하고 의욕이 없을 때,
같은 일에도 과하게 예민해질 때,


그 이유는
“내 성격이 약해서”가 아니라,

신경과 호르몬이라는
두 언어 중 하나, 혹은 둘 다가
불균형에 빠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는 것입니다.

신경은 늘 과속으로 달리고 있고,

호르몬은 늘 “비상 사태”라는 편지만 쓰고 있고,

몸은 한 번도 진짜로
“괜찮다, 이제 쉬어도 된다”라는 신호를
충분히 받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이 생기면,
우리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망가진 게 아니라,
내 안의 시스템이 지친 거구나.”

이 말 한마디가
자기비난이 아닌 자기이해의 출발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정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흡을 조절해서
자율신경의 브레이크(부교감)를 도와주고,

사고방식과 감정 처리 방식을 바꾸어
“비상 사태” 편지 대신
“회복 모드” 편지가 더 자주 쓰이게 만들고,


수면, 식사, 움직임, 관계의 패턴을 조금씩 바꾸어
호르몬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이 호르몬에게 말 건다”는 것은,

정신이
이 두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가능한 선에서 균형을 돕는 선택을
의식적으로 해 나간다는 뜻입니다.


6. 설득의 결론 – ‘내 탓’에서 ‘내 시스템 이해’로

정리해 봅시다.

신경은
전기 신호로 “지금 당장”을 처리하는
초고속 통신망입니다.


호르몬은
혈액 속을 떠다니며
“이 시기 전체”의 상태를 조율하는
느리지만 깊은 방송망입니다.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이 두 시스템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금방 잊고 웃어넘기고,

어떤 사람은 며칠을 잠 못 이루며
몸과 마음을 소진합니다.


이 차이는
“성격이 좋다, 나쁘다”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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