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의 과학. 2장. 코르티솔 곡
우리가 사랑하는 개는, 사실 우리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당신이 긴장할 때, 개도 어깨를 굳히고,
당신이 안도의 숨을 내쉴 때, 개의 꼬리도 천천히 풀립니다.
이 보이지 않는 거울의 뒤에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숨어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위협이 닥쳤을 때, 뇌는 부신에게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을 분비시킵니다.
그 덕분에 심장은 더 빨리 뛰고, 근육은 더 긴장하고,
몸은 ‘싸우거나 도망치기(fight or flight)’에 대비합니다.
생존의 순간, 코르티솔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위협이 사라진 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을 때,
코르티솔은 몸과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면역력은 낮아지고, 불안은 높아지며, 깊은 잠은 멀어집니다.
개는 과도한 코르티솔 속에서 짖음을 멈추지 못하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크게 놀라며,
때로는 집 안 구석에서 몸을 말고 웅크리곤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곡선이 개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는 보호자와 개의 장기 코르티솔 패턴이 거울처럼 동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보호자가 불안할 때 개의 호르몬도 높아지고,
보호자가 차분해질 때 개의 코르티솔도 함께 내려갑니다.
즉, 개의 스트레스는 단지 ‘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드는 호르몬의 풍경인 셈입니다.
그러니 코르티솔은 억눌러야 할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율해야 할 리듬입니다.
피아노 건반 위 검은 음이 있어야 곡조가 살아나듯,
코르티솔 또한 적절히 오르고 내려야 삶의 균형이 유지됩니다.
문제는 그 리듬이 부드럽게 풀리지 않을 때이지요.
이제 우리는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긴장된 곡선을 부드럽게 낮출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손끝의 리듬과, 놀이의 웃음 속에 숨어 있습니다.
손이 개의 어깨 위에 닿는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됩니다.
피부 아래의 신경 말단이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는 척수를 타고 뇌로 전달됩니다.
그러면 뇌는 부드럽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긴장을 풀어도 돼.”
연구는 이 순간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보호자가 개를 5분 이상 일정한 리듬으로 쓰다듬을 때,
개의 코르티솔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ScienceDirect, 2019)
단순히 등을 한번 쓰다듬는 것이 아니라,
리듬과 지속이 있는 손길이 개의 몸 전체에 ‘안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효과가 단지 개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쓰다듬는 동안 보호자의 혈압과 심박수 역시 차분히 내려갔습니다.
(PubMed, 2003, Odendaal & Meintjes)
즉, 손길은 일방적인 위로가 아니라 양방향 치유입니다.
우리가 개를 달래려 할 때, 개 또한 우리를 진정시키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손길은 리드미컬해야 합니다.
불규칙하거나 급한 터치는 개의 신경계를 더 각성시켜, 오히려 코르티솔 곡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압력”이 아니라 “리듬”입니다.
마치 자장가처럼, 파도처럼—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리는 손길이 가장 강력한 안정제를 만들어냅니다.
이때 코르티솔은 단순히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곡선은 서서히 완만해지고, 개의 어깨는 조금씩 내려앉으며,
마침내 몸 전체가 “안도의 호흡”을 내쉽니다.
보호자 또한 그 순간 깨닫습니다.
“내 손끝은 단순한 만짐이 아니라, 함께 호흡을 조율하는 악보였구나.”
2-3. 놀이와 스트레스 완화: 움직임의 처방전
쓰다듬는 손길이 고요한 자장가라면,
놀이는 경쾌한 춤과 같습니다.
몸이 움직이고, 숨이 오르내리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개와 보호자의 뇌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납니다.
코르티솔 곡선이 부드럽게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워싱턴 주립대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보호소 개와 10분간 교감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하게 낮아졌습니다.
(WSU News & PubMed, 2019)
이 연구는 단순히 학생의 안정만이 아니라, 개 역시 더 차분해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놀이가 양방향 치유의 리듬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개에게 놀이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닙니다.
공을 물어오고, 줄다리기를 하고, 잔디밭을 달리며 서로를 쫓는 동안,
몸은 엔도르핀을 분비하고, 뇌는 긴장의 신호 대신 즐거움의 신호를 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코르티솔은 천천히 낮아지고,
개는 다시 세상과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놀이가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보호자가 원한다고 억지로 공을 던지고, 억지로 줄다리기를 시키면
개는 긴장감을 더 느끼고 오히려 코르티솔이 높아집니다.
놀이의 힘은 자발성에서 비롯됩니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 때,
보호자가 웃으며 응답할 때,
비로소 코르티솔 곡선은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이렇게 보면,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움직이는 마사지”입니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심장의 박동을 가볍게 하고,
호르몬의 풍경을 다시 균형으로 되돌립니다.
그러니 산책길에서 공 하나를 던지는 행위조차
사실은 개와 당신이 함께 그리는 치유의 처방전인 셈입니다.
개는 우리의 마음을 듣습니다. 귀로가 아니라, 몸의 리듬으로요.
보호자의 어깨가 한 뼘 내려앉으면 개의 꼬리도 천천히 풀리고,
보호자의 호흡이 길어지면 개의 눈꺼풀도 낮게 드리웁니다.
이 조용한 동조 속에서 코르티솔 곡선은 부드럽게 완만해집니다.
긴장은 전염이고, 평온 또한 전염입니다.
동시에 울리는 두 개의 북.
하나는 당신의 심장, 다른 하나는 개의 심장입니다.
두 북소리가 처음엔 엇갈리다가도,
당신이 먼저 멈추어 호흡을 정리하는 순간, 리듬은 합쳐집니다.
이 공명은 수치 이전에 체감으로 다가옵니다—
손이 따뜻해지고, 개의 배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방 안의 공기가 한 단계 낮은 음으로 가라앉는 느낌.
마사지를 시작하기 전, 단 1분이면 충분합니다.
발바닥 놓기: 두 발을 바닥에 단단히 뿌리내립니다.
4-6 호흡: 4초 들숨, 6초 날숨을 6회. 숨을 내쉴 때 어깨를 한 단계 더 내립니다.
소프트 게이즈: 개를 뚫어지게 보지 말고, 눈가 주변을 부드럽게 봅니다.
속도 절반: 말과 동작의 속도를 절반으로 줄입니다.
한 문장 앵커: 속으로 말합니다. “나는 여기 있다. 우리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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