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고독한 새
제14장 – 고독한 새벽
1. 새벽 4시, 문을 나서다
새벽 네 시. 집 안은 고요했고, 바람도 들지 않았다.
노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고,탁상 위의 시계는 초침이 아주 조용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고, 소리 나지 않게 발을 내디뎠다.나무 마루가 살짝 울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고 있었다.
조용히 옷을 입었다. 평소처럼 입던 등산복. 회색 셔츠 위에 방풍 재킷을 걸쳤다.
문을 열기 전, 잠시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묶었다.
한쪽씩. 동작은 익숙했고, 묶는 속도는 느렸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 번 더 매듭을 확인했다. 그 짧은 순간,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신발을 신고 일어나 문 앞에 섰다.
집 안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철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천천히.
문이 열렸다.
흙냄새. 밤새 내린 이슬의 기척. 멀리서 개가 한 번 짖고,다시 침묵.
그는 바깥으로 발을 디뎠다.
달빛은 흐렸고, 가로등은 논둑 끝에서 꺼진 지 오래였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었다.
별은 흐릿했고, 하늘은 아직 검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 그도 누구를 깨우지 않았다.
‘잠든 사람은 그대로 두고 가는 것, 그게 예의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날 새벽, 노무현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걸음은 조용했고, 발소리는 흙 위로 가라앉았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은 사람. 그 침묵이 마지막 문장을 향해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2. 산길의 바람
산길 초입, 이슬에 젖은 돌계단은 미세하게 미끄러웠다.
노무현은 조심스레 발을 올렸다. 이마에 맺힌 땀은 아직 차갑고, 손끝의 감각은 바람에 닿을 때마다 살짝 떨렸다.
길은 좁았고, 양옆으로는 키 작은 소나무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등을 펴고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 걸음엔 어떠한 망설임도, 서두름도 없었다.
어둠 속의 새가 멀리서 울었다. 그 소리는 낮고 길었고, 잠시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별 하나가 가장자리에서 꺼지고 있었고, 그 자리에 바람이 흘러 들었다.
그 바람이 눈꺼풀 위를 스쳤다.
그는 아주 작게 속으로 말했다.
“좋다.”
그 말은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감각을 받아들이는 짧은 수락이었다.
작은 돌 하나가 발 아래 굴렀다. 그는 멈춰 섰다.
돌을 다시 발끝으로 밀어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길이란 건, 끝이 있어서 걷는 게 아니라 걸을 수 있어서 끝이 나는 거지.”
누가 들었다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르는 길은 점점 가팔라졌고, 숨은 가빠졌지만 그는 중간중간 멈춰서지 않았다.
아직 말이 오지 않은 자리였다.
그리고 그는 그 말이 오기 전까지는 어떤 고백도 하지 않겠다는 듯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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