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15장. 슬픔의 바다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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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 슬픔의 바다

1. 부고가 전해진 날

2009년 5월 23일오전 8시 50분.

첫 보도는 문자로 도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추정.”속보 자막은 잠시 뒤TV 화면 아래로 흘렀다.

그 문장은 너무 짧았고,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서 믿기 어려웠다.

서울의 작은 카페. 직원 한 명이 잔을 닦다 말고 TV를 바라봤다. 그는 리모컨을 들어 음량을 높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컵을 다시 내려놓았다.

옆자리의 여학생은 휴대폰을 쥐고 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 대신, 눈을 감았다.

부산의 지하철 안. 한 남자가 손에 쥔 신문을 내렸다. 눈앞의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쳤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하철은 달렸고, 정거장은 지났고, 소리는 있었지만 어떤 말도 없었다.

봉하마을, 안개가 걷히지 않은 아침.

경호원 하나가 작업실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손엔 무전기가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소식은 먼저 그의 눈에 닿았다. 그리고 바로 마을 전체로 퍼졌다.

닭 울음이 멎었다. 이웃 아주머니는 비닐하우스 문을 닫다가 손을 멈췄다.

“……어째 오늘 공기가 이상하다 했어.” 그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흘러갔다.

뉴스는 반복되었다. 화면은 봉하의 항공사진을 띄웠고, 앵커의 목소리는 정제되었으나 중간중간 떨렸다.

기억, 충격, 전직 대통령, 가족…단어들이 나열됐지만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어 느 것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막이 바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오늘 오전 9시 30분 사망 확인.”

그 문장은 가장 말이 많던 사람에게 내려진 가장 말없는 문장이었다.

그날, 어느 시장의 국밥집 안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안 되는 일이야.”

그 옆자리의 아주머니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작은 울음이 흘렀다. 그러나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모두가 그를 말없이 떠나 보내고 있었다.

2. 봉하로 가는 길

첫 번째 버스는 부산에서 출발했다. 승객 중엔 노인이 있었고,젊은 부부도 있었고, 혼자 탄 고등학생도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인사하지 않았다. 이름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도착지에 대해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

KTX 안. 한 중년 남자가 창밖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를 썼다.

“나 먼저 갑니다. 이건…누가 가야 할 것 같아서요.”

메시지를 보내고 그는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칸에서도 여러 사람이 말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있었고, 신문을 넘기거나 그저 두 손을 모은 채 앉아 있었다.

**

그날 오후, 봉하 입구의 국도는 조용히 정체되기 시작했다.

버스가 멈췄고, 승용차가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걸었다.

남자든 여자든,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 걸음은 슬픔이 만든 속도였다.

**

논길 옆, 한 노부인이 말했다.

“예전에도 여기 오고 싶었는데…이제야 왔네요.”

그 옆의 손녀가 물었다. “할머니, 대통령님 본 적 있어요?”

노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근데 이상하게…내 사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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