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8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늘을 맞이하며,
새벽빛이 유리창에 얇은 숨을 올립니다.
어제의 그을음이 마음 모서리에 남아 있어도,
첫 숨은 늘 새로워서
우리의 하루를 다시 빚어 줍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작지만 분명한 빛을 품고.
1871년 10월 8일, 시카고 대화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틀 남짓한 불길에 만여 채가 넘는 건물이 사라지고
수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폐허 위로 사람들은 다시 모여
벽돌을 나르고, 길을 정비하고,
“여기서부터”라는 말로 도시를 다시 세웠습니다.
재난은 파괴를 남겼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역사를 바꾸었다는 사실을
그날은 또렷하게 증언합니다.
이른 새벽, 1번 버스 안.
운전기사가 정류장에 잠깐 멈춘 사이
젖은 도로 위에서 검은 지갑 하나를 주워 듭니다.
“혹시 오늘 놓치신 분, 돌아오실 거예요.”
그가 기사석 옆에 지갑을 조심스레 놓자
졸던 승객 몇이 고개를 들고 미소를 나눕니다.
별일 아닌 듯 흘러가는 순간.
하지만 그 작은 손길이
낯선 사람들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습니다.
누구의 하루는 그 다리를 건너
다시 제 자리로 찾아갈 것입니다.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무너진 자리들을 떠올립니다.
그을린 기억과 꺼지지 않은 냄새가 남아 있어도,
그 사이로 스며드는 미약한 숨을 믿어 봅니다.
오늘, 나의 마음이
불꽃의 잔상에 머물지 않고
잿더미 속 싹을 볼 수 있기를.
성급한 판단보다
조용한 손길을 먼저 택하게 하시고,
크게 외치는 말보다
작게 건네는 친절이 멀리 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기억하게 해 주세요.
나는 다짐합니다.
보이지 않는 다리를 믿고 건너겠다고.
두려움이 발목을 잡아도
한 걸음만이라도 내딛겠다고.
건너는 동안
옆 사람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오늘, 내가 만나는 얼굴마다
작은 안부와 따뜻한 눈빛을 남기게 하시고,
그 미세한 온기가
타인의 하루를 붙잡는 난간이 되게 해 주세요.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도
복구의 기쁨이 존재함을 잊지 않게.
잃어버린 것들만 세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헤아리게.
그래서 오늘 밤,
창밖 불빛이 하나둘 꺼질 때
내 안의 등불만은 조용히 살아
누군가의 길을 조금이라도 밝히게 하소서.
나는 압니다.
크게 타오른 불은 사라져도,
작게 이어진 빛은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 빛으로
오늘을 건너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