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9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늘을 맞이하며,
하늘은 한글처럼 맑고 단정합니다.
조용히 눈을 뜨면, 공기 속에 묻어 있는 새벽의 문장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말로 피어나고,
그 말이 다시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습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말의 힘을 기억하며,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읽어 가는 연습을 하며.
1446년 10월 9일,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했습니다.
“사람마다 제 뜻을 펴지 못함이 한스러워 새 글자를 만든다.”
그 문장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권리’를 건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세상은 조금 더 평등해졌습니다.
글자는 귀족의 장식이 아니라 백성의 숨이 되었고,
침묵하던 마음들이 이름을 얻었습니다.
훈민정음은 문자이기 이전에,
사람을 사람답게 세운 사랑의 기술이었습니다.
비 오는 오후,
지하철 한쪽에서 한 중년 여성이 작게 종이를 접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의 외국인 학생이 어눌한 한국어로 길을 묻자,
그녀는 서툰 영어 대신 손가락으로 한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 길, 두 정거장 더 가요.”
그 문장을 보고 학생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 그녀의 종이 위엔 작은 물방울 자국이 남아 있었지요.
그건 마치 오래된 글자의 숨결 같았습니다—
언어가 다르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는 언제나 ‘뜻’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나는 말의 무게를 생각합니다.
내가 내뱉은 단어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힐 수도, 스치듯 상처 낼 수도 있다는 걸.
오늘 내 입술에 온기를 주시고,
내 말이 바람처럼 부드럽게 흐르게 하소서.
위로의 말은 깊게 스며들게,
사과의 말은 늦지 않게 하소서.
글자를 만들던 세종의 마음처럼
내 언어도 사람을 세우는 데 쓰이게 하소서.
급한 설명보다
따뜻한 이해를 먼저 건네게 하소서.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말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작은 도구이자,
마음을 이어 주는 가장 큰 다리라는 것을.
그러니 오늘 하루,
내가 적는 한 줄,
내가 부르는 한 이름,
내가 속삭이는 한 문장이
누군가의 안에서 불빛처럼 남게 하소서.
그리고 밤이 찾아올 때,
내 말이 머물던 자리에
조용한 평화가 피어나게 하소서.
오늘,
나는 다시 다짐합니다.
말이 곧 마음이라면—
나는 마음을 곱게 짓는 사람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