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그리고 교실의 기적. 6장.
밤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다.
그건 기억이 자라는 시간이다.
우리가 공부를 끝내고 불을 끄는 순간,
뇌는 갑자기 바빠진다.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들을 정리하고,
쓸모 있는 것은 보관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
이 정리 작업을 과학자들은 **‘기억의 공고화(consolidation)’**라고 부른다.
습득(Encoding) — 낮 동안 배우고 경험하는 단계
안정화(Stabilization) — 수면 중 기억이 단단히 고정되는 단계
재통합(Reintegration) — 다음 날, 기존 기억과 새 기억이 엮이는 단계
즉, 배움은 낮에 시작되고, 밤에 완성된다.
수면은 하나로 보이지만,
실은 두 개의 공장이 교대로 일한다.
비렘(NREM) 수면은
사실, 절차, 단어 같은 정보 기억을 정리한다.
시험 공부, 암기, 수식 등은 이 단계에서 저장된다.
렘(REM) 수면은
감정과 창의성을 엮어낸다.
단순한 공식이 ‘이해’로 바뀌고,
어제의 사건이 내면의 통찰로 변한다.
하루의 공부가 진짜 내 것이 되는 건,
그 밤의 렘 수면 덕분이다.
UC버클리의 매슈 워커(Matthew Walker) 교수는
이런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학생에게 같은 단어를 외우게 하고,
한 그룹은 충분히 자게 하고,
다른 그룹은 밤새 깨어있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잠을 자지 않은 그룹은 기억의 40%를 잃었다.
뇌는 배웠지만, 저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워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수면은 학습의 사치가 아니라, 학습의 일부다.”
완전한 숙면이 어렵다면,
낮잠 20분만으로도 뇌는 기적처럼 회복한다.
짧은 수면 동안 해마는
과부하된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학습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
잠시 눈을 감는 20분이
기억을 오래 가게 하는 **‘뇌의 정리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학습 직후 1시간 이내에 짧은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라.
학습 중간에 10~20분 눈 감기 루틴을 넣어라.
잠들기 전엔 휴대폰 대신 노트에 3줄 복습으로 마무리하라.
그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기억이 저장될 시간을 벌어주는 기술이다.
“공부의 절반은 잠 속에서 완성된다.
잠은 뇌가 당신 대신 공부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운동은 몸을 위해 하는 것.”
하지만 뇌는 이렇게 말한다.
“운동은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 있다.
바로 해마(hippocampus) — 이름 그대로 ‘바다말(horse of the sea)’처럼
작고 굽은 형태를 하고 있다.
이 해마가 우리가 배운 것을 장기 기억으로 옮기는 핵심 통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해마는 운동을 할 때마다 자란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Erickson 박사팀(PNAS, 2011)**은
60세 이상 노인 12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실험했다.
하루 40분씩 걷기만 했는데,
해마의 부피가 평균 2% 증가했다.
보통 나이가 들면 해마는 매년 1~2% 줄어드는데,
운동은 그 감소를 되돌린 것이다.
이 변화의 비밀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이 단백질은 뇌세포의 ‘비료’이자 ‘성장 호르몬’이다.
운동을 하면 BDNF가 분비되어
시냅스를 강화하고, 뉴런 사이의 연결을 새로 짠다.
즉, 운동은 해마를 직접 키우는 ‘신경 가드닝’이다.
모든 운동이 뇌를 바꾸는 건 아니다.
기억력에 가장 좋은 것은 리듬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달리기, 빠른 걷기, 자전거, 수영 같은 리듬 운동은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뇌로 가는 산소와 혈류를 안정적으로 늘린다.
이 리듬이 해마를 자극해
“기억 회로의 노이즈”를 정돈해준다.
그래서 공부 전 10분 산책,
혹은 점심 후 가벼운 계단 오르기만으로도
뇌의 상태는 완전히 달라진다.
운동은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
학습 전 30분: 주의력과 각성을 높여 학습 준비도 상승
학습 직후 4시간 이내: 새로 들어온 정보가 BDNF의 도움으로 장기기억화
즉, 공부 전은 ‘불쏘시개’,
공부 후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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