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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그리고 교실의 기적. 6장. 수면.운동.스트레스

by 토사님

Part II. 생활 속 기억력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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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수면·운동·스트레스 관리


6-1. 수면: 기억의 밤은 낮보다 길다

밤은 단순히 하루의 쉼표가 아니다.
우리 뇌에게 밤은 복습의 시간, 기억의 재건축 시간이다.


기억은 잠들 때 자란다

우리가 낮 동안 배운 모든 것은
처음엔 마치 젖은 모래 위에 쓴 글자처럼 흔들린다.
그러나 잠에 들면, 뇌는 그 흔들리는 글자를 다시 새긴다.


이 과정을 과학자들은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라고 부른다.
그 순서는 세 단계다.
학습 –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
안정화 – 수면 중에 단단히 고정.
재통합 – 깨어나 새로운 맥락과 연결.


즉, 배움은 깨어 있을 때 시작되지만,
기억은 잠들었을 때 완성된다.


렘과 비렘, 두 개의 밤

모든 잠이 같은 잠은 아니다.
수면은 비렘(NREM)과 렘(REM)이라는 두 개의 파도로 이루어진다.


비렘 수면: 뇌가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
이때는 사실, 단어, 절차 등 ‘정보 기억’이 해마에서 대뇌로 옮겨진다.
마치 노트에 적은 내용을 서류함에 정리하는 과정이다.


렘 수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꿈을 꾸는 시간.
이때는 감정과 창의성이 뒤섞인다.
낮에 겪은 사건이 상징과 이야기로 재조합된다.
그래서 아침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는 밤마다 지식의 서류를 분류하고, 감정의 메모를 묶으며,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수면 부족의 잔혹한 실험

2005년, 미국의 수면 연구자 매슈 워커(Matthew Walker)는 실험을 했다.
그는 두 그룹에게 단어 목록을 외우게 한 뒤,
한 그룹은 충분히 자게 하고, 다른 그룹은 밤새 깨어 있게 했다.

다음날 기억을 테스트했을 때,
잠을 못 잔 그룹은 기억의 40%를 잃어버렸다.

워커는 이렇게 말했다.

“잠을 빼앗긴 뇌는, 정보를 저장할 USB 포트를 잃어버린 컴퓨터와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잠이 부족하면 그 노력은 메모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낮잠 20분의 기적

놀랍게도 20분의 낮잠만으로도 기억이 복구된다는 연구가 있다.
짧은 수면이 뇌의 전두엽-해마 회로를 재활성화해
지워질 뻔한 기억을 다시 붙잡는 것이다.


그래서 예일대와 하버드대의 몇몇 교수들은
시험 전 “커피 한 잔보다 20분의 낮잠이 낫다”고 말한다.
커피는 각성만 주지만, 잠은 기억을 고친다.


학습 직후의 수면이 최고의 복습이다

이 모든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공부 직후 바로 자라.
그게 최고의 복습이다.


뇌는 우리가 자는 동안
새로운 지식을 오래된 기억과 통합한다.
정보가 지식으로,
지식이 지혜로 재배선(rewiring) 되는 시간—그것이 바로 수면이다.


“밤은 잊는 시간이 아니다.
밤은 기억이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깨어 있을 때 배운 모든 것은,
잠들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6-2. 운동: 해마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

우리는 흔히 공부와 운동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여긴다.
“운동을 하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뇌는 이렇게 말한다.

“움직이는 몸이,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


해마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2011년, 미국 피츠버그대의 에릭슨(Erickson) 연구팀은
평균 67세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유산소 운동(걷기, 자전거, 달리기)을 주 3회 실시했고,
다른 그룹은 스트레칭만 했다.


1년 후 MRI로 해마의 크기를 측정하자,
운동 그룹의 해마는 평균 2% 커졌고,
스트레칭 그룹은 1.5% 줄어들었다.

놀라운 건, 그 2%의 증가는
“노화로 인한 2년 치 뇌 위축을 되돌린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즉, 운동은 단지 몸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기관을 물리적으로 단련하는 행위다.


BDNF, 뇌가 만들어내는 성장 호르몬

운동은 뇌 속에 특별한 물질을 분비시킨다.
그것이 바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연결(시냅스)을 강화하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며,

기억 형성에 필요한 해마의 회로를 ‘윤활’한다.

한마디로, 운동은 뇌를 위한 비료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달리기를 하면 해마가 “더 만들어달라”고 스스로 주문한다.


리듬 있는 운동이 뇌를 깨운다

뇌는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민감하다.
걷기, 자전거, 수영,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를 천천히 높여 뇌로 흐르는 산소량을 늘린다.


그 순간, 뇌는 점점 선명해진다.
공간 지각이 또렷해지고,
문제를 떠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연결이 더 쉽게 떠오른다.


그래서 세계 기억 챔피언들도
장기 암기 훈련 전에는 10분간 가벼운 조깅을 한다.
그건 몸풀기가 아니라, 뇌풀기다.


운동과 학습의 황금 타이밍

운동이 언제 가장 효과적일까?
연구에 따르면 학습 전 30분, 또는 학습 직후 4시간 이내가 이상적이다.

학습 전 운동은 주의력과 각성도를 높이고,
학습 후 운동은 기억 공고화에 도움을 준다.


즉, “공부하러 가기 전의 산책”과
“공부 끝난 뒤의 가벼운 달리기”는
뇌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몸이 움직이면, 뇌는 정보를 더 깊이 새긴다

운동은 지식을 밀어 넣는 도구가 아니라,
뇌의 회로를 ‘기억이 잘 붙는 상태’로 바꾸는 토양이다.

학생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네가 지금 뛰고 있는 그 순간,
너의 해마는 자라고 있다.”


“몸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몸이 움직이면, 뇌는 춤춘다.
기억은 책상 위에서 자라지 않는다.
기억은 걸으며, 숨 쉬며, 세상을 느낄 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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