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억술 트레이닝

과학, 기술, 그리고 교실의 기적. 4장.뇌가소성과..

Part I. 기억의 과학: 한계와 가능성

4장. 뇌가소성과 내비게이션 기억: 런던 택시기사 연구

4-1. 뇌는 고정된 회로인가? ― 가소성의 발견

한때 과학자들은 이렇게 믿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뇌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한 번 짜인 회로는 돌덩이처럼 굳어버린다.”

이 믿음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
“나는 원래 암기를 못해.”
이런 말이 당연한 낙인처럼 따라붙었던 것이지요.

돌덩이가 아닌, 살아 있는 숲

그러나 20세기 후반, 신경과학은 이 오래된 믿음을 뒤집었습니다.
뇌는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숲과 같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신경세포도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햇빛을 받은 가지가 굵어지듯, 자주 쓰이는 회로는 강해집니다.

쓰이지 않는 가지는 서서히 약해지거나 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입니다.

경험이 곧 배선이다

피아노를 매일 치면, 손가락이 익는 것뿐 아니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뇌 영역도 커집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다니는 버스 기사는
길 이름과 지도뿐 아니라, 뇌의 공간 기억 회로까지 훈련합니다.

즉, 경험은 단순히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뇌의 배선을 다시 깔아 버리는 힘을 가집니다.

희망의 메시지

이 발견은 학생들에게 혁명적인 메시지를 줍니다.
“너의 뇌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네가 매일 무엇을 하느냐가,
내일의 뇌 구조를 결정한다.”

이 말은 곧, 학습이 단순한 ‘노력의 흔적’이 아니라
뇌 자체를 다시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뇌는 운명의 족쇄가 아니다.
길을 걸으면 풀밭이 길이 되고,
길을 버리면 숲이 자라난다.
우리가 오늘 걷는 길이,
내일의 뇌 지도를 바꾼다.”

4-2. 런던 택시기사와 ‘The Knowledge’

런던에서 택시 운전사가 되려면 단순히 운전면허만 있으면 안 됩니다.
그들에게는 악명 높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지요.
사람들은 그것을 “The Knowledge”라고 부릅니다.

25,000개의 거리, 20,000개의 경로

시험에 합격하려면
런던 시내의 25,000개 도로 이름과
20,000개 이상의 경로를 외워야 합니다.
심지어 길의 순서, 주요 건물, 병원, 극장,
골목의 작은 모퉁이까지도 숙지해야 합니다.

지도 한 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수험생들은 수년간 자전거를 타고 런던을 누비며
직접 길을 외워야 합니다.
매일, 수백 번의 경로를 암송하고,
머릿속에서 길을 그리며 시험을 준비합니다.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거듭나다

이 시험은 단순한 암기가 아닙니다.
택시기사는 손님이 “여기서 셰익스피어 극장까지”라고 말하면,
즉시 머릿속에 지도가 켜지고,
최단 경로가 떠올라야 합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발명되기 훨씬 전,
그들은 스스로 살아 있는 내비게이션이 된 것입니다.

지식이 아니라, 도시를 ‘몸에 새기기’

‘The Knowledge’를 준비하는 과정은
책을 외우는 것과 다릅니다.
그것은 도시 자체를 뇌와 몸에 새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