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4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새벽의 공기가 유난히 투명한 아침입니다.
도시는 잠깐의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기억 속의 실수와 미련,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여전히 우리 어깨에 남아 있을지라도,
오늘만큼은
조금 천천히 걸으며,
조금 더 다정히 스스로를 바라보기로 합니다.
2008년 11월 4일,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날 밤,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눈물과 환호, 손을 맞잡은 사람들,
그리고 하늘을 향한 수많은 눈빛들 —
그것은 단지 한 정치인의 승리가 아니라,
긴 어둠을 뚫고 세상을 바꾸어낸
‘믿음’의 증명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누군가의 용기로 바뀌어 갑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언제나,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버스 종점 근처 작은 정류장.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손에 들린 흰 봉투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걸 천천히 우체통에 넣었다.
잠시 멈춘 버스 기사 아저씨가 물었다.
“중요한 편지인가 봐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한테요.
아직 용서받지 못했거든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엔 오랜 침묵을 뚫고 나온 숨결이 있었다.
버스가 떠난 후에도
빗물에 젖은 그 우체통은 한동안 반짝였다.
누군가는 그날,
세상보다 더 먼 ‘마음의 거리’를 건넜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고요한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주옵소서.
두려움이 밀려올 때,
그 두려움 속에도 당신의 손길이 있음을 믿게 하시고,
후회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배움의 씨앗을 보게 하소서.
우리가 상처를 탓하기보다,
그 상처로부터 자라나는 연민을 배우게 하소서.
넘어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게 하소서.
용서는 언제나 늦게 오는 손님처럼
조용히 찾아오지만,
그 문을 열어주는 일은 언제나 우리 몫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오늘 하루,
우리가 미워했던 이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게 하시고,
우리 자신을 향해서도
그 너그러움을 베풀게 하소서.
작은 믿음 하나로
커다란 어둠이 걷히듯,
우리 마음의 밤에도 새벽이 오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하루의 끝에서
우리가 조용히 말할 수 있기를 —
“그래도, 나는 오늘 용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