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산국은 높지 않은 자리에서 핍니다.
산비탈의 바람,
새벽의 찬 기운,
낯선 짐승의 발자국까지 견디며
기어이 작은 황금빛을 밝혀내지요.
당신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마음을 다하고,
누구에게도 보상받지 못한 일들 속에서
은은한 빛을 잃지 않는 사람.
당신의 삶은 번쩍이는 영광보다
조용한 단단함으로 완성되어 왔습니다.
부러지는 대신 휘고,
포기하는 대신 조금 더 버텨
마침내 자신만의 노란 답을 쓰는 사람.
오늘은 그 강인함을 축복하는 날입니다.
당신이 지나온 모든 길의 ‘의지의 꽃’이
드디어 빛을 들고 피어나는 순간.
한국의 깊은 산골과 들길에서
가을 끝 무렵 가장 환한 노란빛을 내는 국화.
차갑고 거친 환경에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아
예로부터 청명함, 강인함, 꿋꿋한 기개를 상징했습니다.
산국의 노란빛은 밝지만 불타지 않고,
부드럽지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처럼
천천히,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빛.
바람이 산비탈을 깎아도
꽃은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다
밤이 더 차가워지는 계절
노란 숨 하나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나는 그 묵묵한 빛에서
당신을 보았다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오래 버티는 마음
기적은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그대의 빛이
한 송이 산국으로 피어난다
들숨에 강인함, 멈춤에 명료함, 날숨에 노란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