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으로 기억력·실력·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과학적 학습법.2장
꿈이 기억을 다듬는 방식
꿈 속 문제 해결 사례와 연구들
“무의식의 연습장”으로서의 꿈
가끔은, 그런 꿈을 꾼다.
오늘 공부한 역사 속 인물이
초등학교 때 짝꿍으로 등장하고,
어제 binge 해서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내가 다니던 학원 계단과 뒤엉켜 나타난다.
시험장인데,
교실 창밖으로는 고향 마을 풍경이 펼쳐져 있고,
감독 선생님은 다름 아닌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첫 느낌은 늘 비슷하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야?”
그런데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 뒤죽박죽 속에는
이상하게도 최근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이
동그랗게 뭉쳐 들어가 있다.
그 과목,
그 사람,
그 걱정,
그 시험.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꿈이 하는 일을 우리가 잘 몰랐던 걸까.
이 장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한때,
꿈을 기억의 CCTV 정도로 생각했다.
낮에 본 것을
밤에 그대로 다시 틀어주는 녹화 영상.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꾸는 꿈을 떠올려 보면,
거기에는 “그대로”라는 말이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시공간은 뒤섞이고,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 과장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리만큼 또렷하게 등장한다.
이상하다.
“정확한 복사본”을 만들고 싶었다면
뇌는 훨씬 더 충실한 재현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꿈은,
원본의 충실한 복제본이 아니라
가위와 풀을 든 편집본에 가깝다.
낮에 우리가 겪은 일들을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떤 장면은 잘라내고,
어떤 장면은 과감히 버리고,
몇 날 며칠의 조각들을 한데 섞어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낸다.
이상한 이야기가 탄생하는 이유는
뇌가 고장났기 때문이 아니라,
“기억을 그대로 쌓는 것보다
다시 엮고, 다시 의미를 묻는 쪽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장에서 우리는
수면이 “편집실”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낮: 촬영, 취재, 메모
밤: 편집, 분류, 폐기, 보관
그렇다면, 꿈은 이 편집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맡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수면 중, 특히 꿈이 활발한 시간대에
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완벽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는 말할 수 있다.
“꿈을 꾸는 동안,
낮에 자주 쓰인 회로와 기억들이
다시 불꽃을 튀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아, 이건 중요하다” 하고 반복한 정보,
강한 감정과 함께 들어온 기억은
밤이 되면 편집실 안쪽에서
다시 재생 버튼이 눌릴 수 있다.
물론
그 재생은 낮과 똑같은 형태로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뒤집히기도 하고,
장소가 바뀌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거기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왜곡,
그 이상한 재조합 덕분에
뇌는 이런 작업을 해낼 수 있다.
“이 두 사건은, 사실 비슷한 패턴이구나.”
“이 감정은, 예전의 그 경험과 닮았구나.”
“이 정보는 중요하지 않으니 덜어내자.”
꿈은
정보를 한 번 더 흔들어보고,
“어디에 둘지, 누구와 묶을지”를 결정하는 자리에 가깝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다.
“꿈은 낮 기억의 복사기가 아니라,
낮 기억을 다시 엮는 편집자다.”
당신이 오늘 하루 동안
모든 것을 다 꿈에서 되돌려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꿈에는
이상하게 비중이 몰리는 영역들이 있다.
몇 번이나 떠올린 걱정,
억지로 잊으려 했던 장면,
“그냥 스쳐지나갔겠지” 하고 생각했던 말 한마디,
반복적으로 떠오른 과목, 사람, 상황.
꿈은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고
꿈을 떠올려보면,
그 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만 추려도
요즘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이걸 해몽이라 부르지 않는다.
미래를 맞추려는 행동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소박한 작업이다.
“지금 내 뇌가
어떤 과목, 어떤 걱정, 어떤 관계를
특히 많이 되씹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공부와 삶, 감정의 포커스를
다시 잡는 데
꽤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이 이야기를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옮겨보자.
루틴: 아침 3줄 꿈 기록
처음부터
긴 꿈 일기를 정교하게 쓰려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건 며칠 못 가서 포기하기 쉽다.
처음에는,
그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눈을 뜨고 1분 안에 떠오르는 장면 1~3개만 적기
“수학 시험장에 있는 꿈”
“중학교 친구와 싸우던 꿈”
“회사에서 발표하던 꿈”
처럼 아주 짧게,
키워드만 적어도 좋다.
옆에 다음 질문을 작게 적는다. “이 장면과 최근 며칠의 어떤 일이 닮았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수학 시험장 꿈 → 이번 주에 수학 모의고사 앞두고 있었음” “중학교 친구와 싸움 → 요즘 직장에서 비슷한 감정 느낀 사람 있음”
이걸 일주일 정도만 모아본다.
그러면 종이 위에
묘하게 반복되는 단어들이 생겨날 것이다.
“시험, 시험, 시험…”
“발표, 보고서, 발표…”
“엄마, 상사, 선생님…”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조금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 요즘 내 머리는
이걸 정말 열심히 되씹고 있구나.”
그게 공부일 수도,
관계일 수도,
미래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좋다/나쁘다” 평가가 아니라,
“현재 내 무의식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관찰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하려는 일은
점괘를 뽑는 것도 아니고,
“이 꿈은 이걸 의미한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꿈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과학도, 심리학도 완전히 모른다.
하지만 비교적 확실한 건
**“지금 나에게 강하게 남은 경험과 감정일수록
꿈에 올라올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꿈을 이렇게 다루고자 한다.
“꿈을 해석하려 들지 말고,
꿈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는지를 본다.”
어떤 과목이 꿈에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면,
그건 지금 그 과목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크기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특정 시험, 특정 사람, 특정 장소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면,
그건 지금 내 마음이
그 장면을 다시 연습하고, 다시 직면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꿈을 너무 과장해서
모든 걸 거기에 의지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것도
어쩌면 한쪽 눈을 감고 사는 것에 가깝다.
이 책이 제안하는 태도는
그 둘 사이, 아주 작은 중간 지점이다.
“꿈은, 지금 내 뇌와 마음이
무엇을 조용히 붙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편집본일 수 있다.”
그 정도만 인정해도,
우리는 밤을 훨씬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소단원을 덮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음 네 가지를 조용히 물어보자.
□ 꿈을 “완전한 랜덤”이나 “무조건 예언”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엮는 편집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 아침에 떠오르는 꿈의 장면 몇 개를
1~2번이라도 적어본 경험이 있거나,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내 꿈에 자주 등장하는 과목·사람·상황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떠오른다.
□ “꿈은, 요즘 내가 머릿속으로
무엇을 되풀이해서 연습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편집본일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만약 이 네 칸 중
단 한 칸이라도 채워졌다면,
2장의 첫 번째 문장은 이미 역할을 다 했다.
이제 다음 소단원에서,
우리는 이 편집실이
어떻게 문제까지 다루는지,
“막힌 생각”이 밤사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당신은 밤을 향해
이렇게 속삭이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 문제를
내 꿈의 편집실에 한 번 맡겨볼까.”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문제를 붙들고 있었는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조건을 다시 읽어도,
공식을 바꿔 써봐도,
종이에 선을 몇 번이나 그어봐도,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결국 “포기”라는 두 글자를 품고
불을 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양치를 하다가,
혹은 학교나 회사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아주 단순한 생각이 떠오른다.
“아… 그냥 이걸 먼저 구하면 되잖아.”
어제는 죽어도 안 보이던 길이
오늘은 왜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걸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이 묘한 간극 사이에
“꿈을 꾸는 뇌”가 끼어 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의 문제 풀이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머릿속에 알고 있는 규칙들을 총동원해서,
논리적인 순서대로 끌어 모으고,
하나씩 시험해 보면서
“이건 아니네, 이건 되네”를 확인해 나간다.
이 과정에는
전전두엽(이마 뒤쪽의, ‘생각의 사령부’)이
강하게 개입한다.
이 부분이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렇게 느끼기 쉽다.
“나는 논리적으로, 아주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하지만 그 전전두엽이
지나치게 강하게 잡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원래 알고 있던 틀”**이다.
원래 쓰던 공식,
원래 믿던 풀이 방식,
원래 익숙하던 사고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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