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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가는 길

마음으로 매트릭스를 풀고, 핵의 시간을 어루만지다.12장

by 토사님

Part III. 루프의 해부 — 분자에서 생활까지

ChatGPT Image 2025년 12월 6일 오후 07_00_55.png

12장. 혈당·AGEs·열조리: 당화가 만드는 미세한 굳음과 ECM의 겨울(생활요인 맵)


12-1. 당화의 첫 서리 — 혈당 변동이 콜라격을 굳히는 분자적 과정

우리가 먹은 당은 몸속에서 잠시 반짝이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당은 조용히, 아주 느리게,
세포 밖의 세계—ECM 위에 첫 서리처럼 내려앉는다.


그 서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간의 탄력과 부드러움을 바꾸고,
세포의 삶 전체를 바꾼다.


① 비효소적 당화 — 겨울은 보이지 않는 열에서 시작된다

당화(glycation)는
효소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포도당, 때로는 더 반응성이 높은 프럭토스가
단백질과 맞닿는 순간
서서히 마이야드 반응이 시작된다.


이 반응은
빵의 황금빛 껍질과도 같은 과정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우리 몸 안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특히 ECM의 단백질—콜라겐, 엘라스틴—은
수명이 매우 길어
일단 당이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작은 시작이
ECM의 첫 굳음을 만든다.
한 방울의 서리가 겨울을 부르는 것처럼.


② ECM 단백질에 내려앉는 AGEs — 굳음의 첫 결

AGEs(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는
말 그대로 “당화의 끝에 태어나는 산물”이다.

이 분자들은 단백질 사이에
딱딱한 가교(bridge)를 만든다.

콜라겐 섬유는 서로 더 강하게 묶이고

엘라스틴의 탄력은 줄어들며

ECM 전체의 유연성은 잃어버린다

섬유 사이사이에 놓인
이 미세한 “설빙(雪氷)” 같은 구조물은
조직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것을 방해한다.


세포는 이 굳어진 바닥에서
다른 힘의 패턴을 듣게 되고,
그 순간부터 생리적 대화는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③ ECM 경직의 분자적 메커니즘 — ‘서리의 힘’이 핵까지 닿을 때

AGEs가 만들어낸 ECM의 작은 굳음은
단지 바깥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 굳음은 세포를 통해
핵이라는 가장 안쪽의 공간까지 닿는다.

콜라겐이 당화되면 섬유의 유연성이 줄어든다.

ECM이 단단해지면 인테그린은 더 세게 바닥을 움켜쥔다.

FAK·RhoA 경로가 활성화되어 세포골격의 장력이 상승한다.

이 장력이 핵막을 누르고, 라민을 경직시킨다.

YAP/TAZ가 핵 안으로 이동해 ‘긴장 모드 유전자’를 켠다.

결과적으로 염색질이 더 조여지고, 텔로미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즉,
한 조각의 설탕,
한 순간의 혈당 스파이크가
세포의 가장 깊은 자리—핵의 문법—을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혈당은 잠깐 흐르고 사라지지만,
그 흔적은 ECM 위에 오래 내려앉는다.”


④ 핵–ECM 루프의 하류 효과 — 서리는 결국 서사를 바꾼다

당화로 굳어진 ECM은
다시 세포에게 명령을 되돌려 보낸다.

더 많은 콜라겐 생성

더 강한 장력

더 높은 YAP/TAZ 활성

더 많은 산화·염증 신호

더 빠른 텔로미어 소모

이 루프가 반복되면
조직은 서서히 생물학적 겨울로 들어간다.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이완이 어려워지며,
세포는 회복이 아닌 방어의 문장만 쓰게 된다.


그러나 이 겨울은
되돌릴 수 없는 계절이 아니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활의 작은 선택들이
이 겨울을 서서히 녹여내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에필로그 — 첫 눈은 작지만, 계절을 바꾼다

당화는 한 번의 선택, 한 순간의 혈당으로 시작하지만
그 작은 시작이
조직의 계절 전체를 바꾼다.

ECM에 내려앉는 첫 서리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굳음의 루프”를 읽는 첫 단계이다.


12-2. 겨울의 축적 — AGEs가 세포와 면역, 장기를 바꾸는 경로(생활요인 → 분자 → 조직)

겨울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먼저 얇은 서리가 내리고,
그 위로 또 다른 서리가 포개지고,
시간이 쌓이면서 비로소
땅이 얼어붙는다.


AGEs가 우리 몸에 축적되는 과정도 그렇다.
단 한 번의 혈당 스파이크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작은 흔들림들이
조용히, 반복적으로 쌓이며
조직 전체를 차갑게 굳혀간다.


이 장에서는 그 겨울이
어떻게 분자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장기로,
장기에서 삶 전체로 번져가는지 살펴본다.


① AGEs의 축적 지도 — 부드러움이 사라지는 자리들

AGEs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처럼
수명이 긴 ECM 단백질에 잘 달라붙는다.
그래서 축적의 무대는
몸에서 가장 부드러움이 필요한 장소들이다.


혈관벽

AGEs는 혈관벽을 천천히 두껍고 딱딱하게 만든다.
그 결과, 혈류는 자연스러운 탄력을 잃고
마치 얼어붙은 강처럼 흐름이 둔탁해진다.


근막·피부

근막은 원래 부드럽고 잘 미끄러져야 하지만,
AGEs가 축적되면 미세한 미끄러짐이 사라지고
움직임은 무거워진다.
피부는 탱탱함을 잃고
잔잔한 부서짐의 패턴이 생긴다.


ECM 의존 장기

신장·망막·폐포처럼 ECM 구조가 치밀한 장기는
AGEs 축적에 특히 취약하다.
이곳의 ECM이 굳으면
기능 자체가 서서히 흐릿해진다.


이 모든 축적은
시간에 따라 천천히 진행되는
**“부드러움의 후퇴 지도”**다.


② RAGE — 굳음이 염증을 부르고, 염증이 더 큰 굳음을 부르는 문

AGEs는 단지 구조를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면역의 문을 두드리는 적신호 분자다.

세포 표면의 **RAGE(AGEs 수용체)**와 결합하면
NF-κB가 활성화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이 증가한다.


이 말은 곧,

AGEs 축적
→ RAGE 활성
→ 염증 증가
→ ECM 파괴·경직
→ 더 많은 AGEs 축적

이라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RAGE는
겨울이 스스로를 더 깊게 만드는 문이다.
한 번 열리면
닫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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