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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바디: 한 마디 말이 몸과 삶의 전기를켜는 순간

말·호흡·상상으로 뇌, 신경, 통증, 회복을 바꾸는 법.1화

by 토사님
ChatGPT Image 2025년 12월 7일 오후 12_22_55.png

책을 시작하면서

어떤 날은,
몸이 젖은 담요처럼 축 늘어진 채 하루를 질질 끌고 갑니다.

할 일은 머릿속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데,
손은 움직이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난 이제 끝난 것 같다”는 말을 되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주 사소한 어떤 말 한마디에,
어떤 표정 하나에,
어떤 메시지 한 줄에
우리는 갑자기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다시 걸어 나갑니다.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아, 나 아직 사라진 사람 아니구나.”

그 순간 일어나는 변화는 기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장이 조금 다르게 뛰고,
호흡이 달라지고,
근육이 살짝 풀리고,
통증이 미세하게 옅어집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스위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과 생각, 감정이라는 자극이
뇌를 거쳐 신경과 호르몬, 면역과 통증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스위치를 우연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켜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마음 챙김”을 넘어서,
말·호흡·상상·자세라는 네 가지 스위치를 통해

기운이 바닥날 때 다시 힘을 끌어올리고

통증과 불안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몸과 마음이 한 편이 되어 움직이도록 돕는

하나의 훈련서이자 안내서입니다.

“좋게 생각하세요”라고 말만 던져놓고
독자를 혼자 남겨두는 책이 아니라,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원리와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루틴을
함께 적어 놓으려 합니다.


뇌과학·신경·호르몬·면역에 대한 최신 지식들을 빌려오되,
어려운 용어로 겁주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의 언어로,
몸과 마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옮기려 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우리는 너무 자주
“내 몸은 나를 배신한다”는 느낌으로 살아갑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어두워지고,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지는 악순환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 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명상과 최면, 상상과 언어를 다루는 길 위에서
정반대의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절망적인 말을 달고 살던 사람이
문장 하나를 바꾸면서 어깨를 펴기 시작하는 모습,

밤마다 통증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호흡과 이미지를 연습하며
조금씩 잠을 되찾는 과정,


“나는 원래 약한 사람”이라고 말하던 이가
자신의 역사를 다시 읽어내며
“나는 여러 번 다시 일어난 사람”이라고
조용히 정체성을 바꾸는 순간들.


그때마다 저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재능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우연히 좋은 말을 듣고,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살아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법,
내 몸과 대화하는 법,
내 고통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자주,
스스로 스위치를 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훈련법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쓰였습니다.

자주 기운이 바닥나서, 스스로가 싫어진 사람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통증과 피로 속에서
버티듯 하루를 보내는 사람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화가 나는 사람

명상·최면·호흡에 관심은 있지만
몸의 변화와 연결해서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군가의 곁에서,
좋은 말을 건네주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부모, 보호자, 치료자, 상담자, 선생님,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아직 내 몸과 마음의 가능성을
다 써보지 못했다.”

라고 느끼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병을 “기적처럼 고친다”는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지금보다 조금 덜 아프게,

지금보다 조금 더 활기 있게,

지금보다 조금 더 자신을 믿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스위치를 다루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자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 대략의 목차 계획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각 부는 원리 → 이해 → 훈련 → 확장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1부. 자극의 비밀 – 말과 감정, 그리고 몸

왜 어떤 말은 우리를 무너뜨리고,
어떤 말은 살아나게 하는가

자극·해석·감정이 어떻게 뇌의 회로를 만들고,
그 회로가 다시 몸으로 번역되는지

스트레스와 안도가 자율신경을 통해
심장, 호흡, 소화,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이 부에서는
우리가 “기분 탓”이라고 넘겼던 많은 현상이
사실은 명확한 길을 따라 몸으로 내려오는 신호임을 보여줍니다.


2부. 뇌에서 몸으로 – 호르몬, 면역, 통증의 스위치

생각과 감정이 코르티솔, 도파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전감과 소속감이 면역 시스템을 어떻게 돕는지

통증이 단지 상처의 강도가 아니라
뇌의 해석이라는 새로운 관점

플라세보·노시보처럼
믿음과 설명이 통증과 회복 속도를 바꾸는 사례들

이 부에서는
“말 한마디에 통증이 달라진다”는 것이
단지 정신 승리가 아니라
몸의 생리적 변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다룹니다.


3부. 네 가지 실전 스위치 – 말, 몸, 숨, 상상

말 스위치: 나를 약하게 만들던 문장을
나를 살리는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

몸 스위치: 자세·표정·움직임으로
감정과 통증에 개입하는 법

숨 스위치: 호흡을 통해
불안·통증·피로의 모드를 조절하는 루틴

상상 스위치: 뇌를 속여
몸의 방향을 바꾸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자기 최면

각 장에는
짧은 이론 설명 뒤에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연습”이 따라붙습니다.


4부. 훈련 – 나만의 스위치 루틴 만들기

통증과 피로가 올라올 때
당황하지 않고 쓰는 나만의 응급 프로토콜

아침·낮·밤, 하루를 설계하는
활력 루틴 구성하기

만성 통증·만성 피로와 함께 살면서도
삶의 의미와 기쁨을 조금씩 회복하는 방법

이 부에서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과 삶에 맞는 설계도를 그리도록 돕습니다.


5부.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하기 – 스위치 철학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라는 낡은 정의에서
빠져나오는 연습

서로의 몸과 마음에 스위치를 눌러주는
인간관계의 힘

나이 듦과 병, 마지막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

이 마지막 부는
기술과 훈련을 넘어,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이 다 끝났을 때,
독자가 반드시 “완벽하게 건강해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조금 덜 두렵고,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스스로를 믿으며,

“나는 내 몸과 마음에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첫 페이지를, 지금 이렇게
조용히 함께 열어 봅니다.


프롤로그


– 한 사람의 몸이 다시 일어나던 날

그 남자는,
아주 오래된 가로등처럼 서 있었다.

빛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켜져야 할 시간에 켜지지 않고,
꺼져야 할 시간에도 어둑하게 남아
자신이 꺼진 것인지, 아직 켜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날,
그는 진단서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바라봤다.

“이제 조심하셔야 합니다.”
“무리하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의사의 말은 친절했지만,
그에게 남은 문장은 이것뿐이었다.

“당신의 몸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 말은 한 번 듣고 지나간 소리가 아니라,
그의 뇌 안에 깊이 박혀
하루에도 수십 번 재생되는 주문이 되었다.

버스를 타다가도,
커피를 내리다가도,
계단 세 칸을 올라가다가도,

“예전 같지 않지.
예전 같지 않다니까.”

그 문장은 그의 심장 박동을
조금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어깨 근육을 조여 올렸고,
통증을 더 선명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몸이 아픈 것 같았지만,
사실 더 아픈 쪽은 마음이었다.

그는 어느새
몸과 싸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됐니.”
“조금만 더 버텨주면 안 되겠니.”
“너 때문에 다 망가졌어.”

이렇게,
매일 자기 몸을 원망하면서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빠, 나 학교 발표 준비하는데…
아빠 연습 상대 좀 해 줄 수 있어?”

그는 습관처럼 대답했다.

“아빠는 요즘 좀 힘들다.
너 혼자 해봐.”

딸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조금 더 다가와,
마치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
나지막이 말했다.

“근데… 나도 힘들다.”

그 말은,
그에게는 처음 듣는 문장이었다.

‘나도 힘들다.’

항상 밝고, 씩씩하고,
“괜찮아”만 입에 달고 살던 딸의 입에서
처음 나온 고백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딸은 발표 원고가 적힌 종이를 꼭 쥐고 있었다.
종이 모서리는 이미 손에 땀이 배어,
조금 구겨져 있었다.

“나도… 발표 망칠까 봐 너무 떨려.
실수하면 창피할 것 같고,
애들 앞에서 말하다가 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아빠가 한 번만 들어주면
나 좀 덜 무서울 것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몸 안 어디선가
아주 조용한 ‘딸깍’ 소리가 났다.

“나도 힘들다.”라는 문장이,
그동안 자신이 붙들고 있던
“나만 힘들다.”라는 문장과 부딪혀
서서히 깨져내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그 순간,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의자에 몸을 반쯤 묻고 있던 허리가 펴졌다.
움직이기 싫어 버티고 있던 무릎이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가슴께 어딘가를 꽉 쥐고 있던 손이
딸의 발표문을 향해 뻗어갔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까보다 덜 선명했다.

그는 종이를 받아 들고,
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딸이 준비한 발표 주제는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였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합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자기 인생 전체로
잘못 번역하는 데 있습니다.”

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어 하나하나는 믿을 만큼 힘이 있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는 실패했다’ 대신
‘나는 실패자다’라고요.

이 두 문장은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는 그 말을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망가졌다.”

그가 요즘 가장 자주 반복하던 말이었다.

아픈 날들,
병원,
수치,
두려움,

그 모든 경험을
**“나는 망가진 사람”**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딸의 발표는 이렇게 이어졌다.

“실패와 상처를
‘나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다’라고
조용히 다시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에게 내려졌던
잔인한 형벌에서 조금씩 풀려날 수 있습니다.”

그는 그 순간,
또 한 번 몸 안에서
‘딸깍’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컸다.

“나는 망가졌다.”가 아니라

“나는 아픈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금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몸을 옥죄던 밧줄 하나가
살짝 느슨해지는 듯했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래,
너 많이 힘들었지.

근데…
너는 망가진 폐기물이 아니라,
힘겨운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일지도 몰라.

먼지가 나고, 소리가 시끄럽고,
여기저기 막혀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지금도 안에서 벽을 세우고,
전선을 다시 잇고,
새 창을 달고 있을 거야.”

이 말을 속으로 반복하는 사이,
그의 숨은 조금씩 길어졌다.

들숨이 들어오고,
멈추는 지점에서
그는 아픈 부위를 떠올렸다.

“여기도… 공사 중이다.”

그리고 날숨을 내쉴 때마다,
공사장에 쌓인 먼지가
조금씩 밖으로 빠져나가는 상상을 했다.

통증은,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그 통증은
이제 “배신자”가 아니라
“공사 안내문”처럼 느껴졌다.

“여기에는 지금,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날 이후,
그는 몸과 싸우던 사람에서
몸과 대화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사실 그 남자는
어제의 나일 수도 있고,
오늘의 당신일 수도 있다.

진단서 앞에서,
계단 몇 칸 앞에서,
하루 치 일을 마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내려앉는 순간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가혹한 문장을 들려준다.

“넌 이제 끝났어.”
“넌 원래 약한 사람이야.”
“너 때문에 다 이렇게 된 거야.”

이 문장들은
단지 마음을 아프게 할 뿐 아니라,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하고,

근육을 굳게 만들고,

통증을 더 강하게 인식하게 만들고,

면역과 회복의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문장들도 있다.

“나는 지금 공사 중이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다시 일어난 사람이다.”
“이 통증은 나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일지 모른다.”

이 문장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반복해서,
살을 맞대고 있는 친구에게 말하듯
건네는 순간,

우리 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몸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심장은 약간 안정되고,
숨은 깊어지고,
근육은 미세하게 풀어지고,
통증은 “공포”에서 조금 물러나
“신호”에 가까워진다.

이 책은,
그 작은 차이가
우리 인생 전체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앞으로,
말과 생각, 호흡과 상상, 자세와 시선이

뇌를 어떻게 자극하고,

그 뇌가 신경과 호르몬을 통해
몸 구석구석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며,

그 과정이 통증, 피로, 면역, 회복에
어떤 실제적인 변화를 만드는지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따라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스위치는
내 바깥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준비되어 있다”

는 사실을
함께 확인해 보고자 한다.

우연히 누가 나를 살려줄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또 내 곁의 사람들에게,

직접 스위치를 눌러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가진 유일하고도 단순한 소망이다.

어쩌면,
이 프롤로그를 읽고 있는 지금도
토사님 마음 어딘가에서는
아주 작게 ‘딸깍’ 하는 소리가
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소리는 언제나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당신 안에서
당신을 향해
켜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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