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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날의 빛을 기록하다

1830년 12월 10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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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고요의 심장을 품은 사람 — 에밀리 디킨슨〉

1830년 12월 10일 출생 — 1886년 5월 15일 영면


1) 인류에 남긴 의미와 업적 — 말보다 더 얇은 침묵으로 세계를 밝혀낸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세상의 문이 닫히던 순간에도
내면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었다.

그녀는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작은 방, 작은 창, 작은 정원에서 보냈지만
그 고요한 공간 안에서
세상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우주가 자라났다.

삶의 미세한 떨림,
사랑의 부서진 파편,
죽음의 침묵,
희망의 흐릿한 숨결—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별처럼 작고, 바람처럼 얇은 시로 남겼다.

그 많은 시 가운데 생전에 발표된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만
지금 그녀의 시는
세계의 독자들이 가장 천천히, 가장 깊게 읽는
빛의 문장으로 살아 있다.


2) 그녀를 사랑하는 짧은 시 — 〈눈송이의 숨〉

당신의 시를 읽으면
조용한 눈이 가슴 안쪽에서 내립니다.

단 한 줄로도
사람의 마음을 저물게 했다가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당신은 세상의 소리를 지우고
남겨야 할 마음만을 남겼습니다.


3) 그녀의 일생, 고요를 벗 삼아 걸어간 작은 길

1830년의 겨울,
매사추세츠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에밀리는 아주 작은 울음으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그녀는
세상의 소음에 쉽게 지치고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자주 숨이 가빴다.
그래서 점점
자신만의 방으로,
그 방의 책상으로,
그 책상의 하얀 종이로 향했다.

에밀리의 시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조용히 시들어갔다.
그러나 그 짧은 생명 속에서
세상 누구도 모르는 깊은 빛을 품었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도
그녀는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려질 문장들로
그 마음을 감췄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에도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두려움 없는 눈을 가졌다.

1886년 5월 15일,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만큼 고요하게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시들은
손바닥 속의 따뜻한 불씨처럼
오늘까지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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