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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5년 12월 10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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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0일 — 오래 기다린 빛이 문을 두드릴 때


오늘의 역사

1901년 12월 10일 — 최초의 노벨상 시상식 개최

한 시대의 노력이
처음으로 세상의 조명을 받은 날.

한 사람의 유산이
누군가의 연구와 예술, 용기와 평화를
조용히 비추기 시작했고
그 빛은 아직도
사람들이 이뤄낸 작은 진실과 큰 성취 위에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우리는 이 날을 통해 안다.
기다림의 시간도 결국
빛을 품은 문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는 것을.


오늘의 에피소드

버스를 기다리던 긴 아침,
한 중년의 남자가
겨울 외투 소매 속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그 위에는
어눌한 글씨로 적힌 자녀의 한 문장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빠, 나는 아빠가 자랑스러워.”

그는 종이를 천천히 접어
가슴 안 주머니에 넣으며
마치 오래된 상처가
햇빛을 처음 맞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도착하는 것은
버스만이 아니었다.

세상의 빛이
불쑥 찾아오는 때도
이렇게 조용하고 사소한 순간임을
그는 아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오늘의 기도

오늘,
기다림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희망을
다시 듣게 하소서.

멀어 보이던 빛이
작은 틈을 통해 스며드는 순간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게 하시고,

내 안의 오래된 문들이
서서히 열리며
부드러운 바람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성취가 아니라
성장의 흔적을 바라보게 하시고,
완벽이 아니라
진심의 결을 더듬게 하소서.

칭찬 한 줄이
누군가의 어둠에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시며,

작은 손편지처럼
세상이 우연히 건네는 따뜻한 말들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오늘의 나는
빛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비록 느리고 어설퍼도
그 자체로 의미임을
조용히 받아들이게 하소서.

가라앉아 맑아지는 이 하루가
마음 속 오래된 그림자들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빛이 오는 방향을
다시 한번
아주 천천히
배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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