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
1997년 12월 11일 — 교토의정서 채택
지구가 내쉬는 숨이
조금씩 얇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류가 처음으로
명확히 인정한 날.
온도를 낮추는 일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선택의 방향을
함께 바꾸어야 한다는
조용한 결의이기도 했다.
이 선언은 말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숲도, 강도, 공기만이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출근길 골목,
청년 한 명이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 모으며
작은 화단가에 바람막이 판자를 세우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아이가 물었다.
“왜 매일 해요?”
청년은
붉은 손등을 잠시 비비며 웃었다.
“누가 안 하면 금방 엉망이 되거든.
깨끗하게 만들어 두면
내일 지나는 사람도 조금은 편하잖아.”
아이의 눈이
그 말에 오래 머물렀다.
그 작은 골목의 공기는
청년의 손길만큼이나
순해져 있었고,
아이는 나뭇잎 하나를 주워
화단 가장자리로 조심스레 옮겼다.
세상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거대한 계획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 골목은
고요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내가 머무는 자리의 공기가
부드럽게 맑아지도록
작은 선택들을
조용히 기울이게 하소서.
거대한 변화가 아니어도
한 걸음의 진심이
세상의 숨을 덜 흔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
내가 남기는 온기가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 덜 춥게 만들게 하소서.
상처 난 마음조차
지구의 미세한 균열처럼
돌봄을 통해
다시 잇는 힘을 품게 하시며,
불안한 시대의 바람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부드러운 용기를 주소서.
오늘의 나는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거창한 영웅이 되기보다
작은 돌 하나를
흘러내림 앞에 놓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그 작은 돌이
누군가에게는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표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쉼표가 되게 하옵소서.
가라앉아 맑아지는 이 하루가
내 안의 흐린 먼지를 털어내고
더 넓은 생명을 바라보는
투명한 눈을 열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