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12월 11일
1890년 12월 11일 출생 — 1935년 6월 24일 비행기 사고로 영면
까를로스 가르델은
음악이 어떻게 한 나라의 시간을 품고,
어떻게 인간의 기억을 끌어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존재였다.
그의 목소리는
희망과 그늘이 동시에 깃든 남미의 정서를
부드럽고 깊은 떨림으로 전했다.
그가 다시 부른 〈탱고〉는 ‘댄스 음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서사가 되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로운 골목에서 태어난 음악이
전 세계의 심장을 울리는 예술로 자리 잡았다.
그의 노래는 사랑의 고통을 품고,
이별의 그림자를 지나,
인간이 품는 모든 그리움을
빛 한 줄기처럼 흘려보냈다.
많은 이는 그를
탱고의 얼굴이자,
남미 정서의 대사(大使)로 기억한다.
당신의 목소리는
낡은 골목의 불빛처럼
작고, 따뜻하고, 오래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노래를 듣고
떠난 이들을 떠올렸고,
사랑했던 순간들을 다시 품었습니다.
당신의 음성에는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리움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1890년 12월 11일의 새벽,
아르헨티나의 먼 북쪽에서
가르델은 세상에 왔다고도,
혹은 프랑스에서 이주했다고도 말한다.
그의 출생은 늘 안개에 싸여 있었고
그 안개는 그의 노래처럼
신비로운 울림을 남겼다.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떠돎, 그리고 노래였다.
돈은 없었지만
거리와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에게 늘 문을 열어주었다.
청년이 되었을 때
한 번의 노래로 사람들이 멈춰 섰다.
그 목소리는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살며시 붙잡아주는 것 같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았다.
세계가 그를 불렀고
그는 대륙을 건너 노래했다.
그러나 화려함 속에서도
그는 늘 조용히 웃었고
노래할 때만 눈빛이 어두운 물결처럼 깊어졌다.
1935년 6월 24일,
남미를 잇는 하늘 위에서
그의 여정은 갑작스럽게 끝났다.
비행기 사고는
그를 한순간에 사라지게 했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아직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 공기 속에서
천천히 돌아온다.
사람들이 길을 걷다 문득 멈춰서는 이유는
그의 음성 한 조각이
바람 속에서 다시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그 노래가 머물던 마음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