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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날의 빛을 기록하다.

1503년 12월 14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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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미래를 견디며 살았던 사람 — 노스트라다무스〉

1503년 12월 14일 출생 — 1566년 7월 2일 영면


1) 인류에 남긴 의미와 업적 — 불확실성을 말로 견뎌낸 사람

노스트라다무스는
미래를 맞힌 예언자가 아니라,
미래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언어로 봉인해 둔 사람이었다.

그의 사행시는
정확함보다 모호함으로 살아남았다.
그 모호함은
전쟁과 전염병, 붕괴와 재건을 반복하는
인류의 시간에 오래도록 붙잡힐 수 있는
유일한 형식이었다.

의사였던 그는
흑사병 앞에서 무력한 몸을 보았고,
점성술사였던 그는
별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설명하려는 노력을 기록했다.

그의 업적은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미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끝까지 바라본 데 있다.


2) 그를 사랑하는 짧은 시 — 〈열리지 않는 책〉

당신은 미래를 말했지만
아무것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당신의 문장을
넘기지 못한 채
현재에 머뭅니다.


3) 그의 일생, 시간을 피해 쓰인 문장들

그는 겨울에 태어났다.
돌처럼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세상은 이미 불안정했다.
사람들은 병으로 쓰러졌고
신은 자주 침묵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사람의 몸을 치료했지만
곧 알게 되었다.
몸보다 더 아픈 것은
다가올 시간에 대한 공포라는 것을.

밤이 되면
그는 촛불을 켜고
그릇에 물을 담아
별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들 속에서
미래는 또렷해지기보다
더 흐려졌다.

그래서 그는
단정하지 않는 문장을 썼다.
열 수 없게,
그러나 버릴 수 없게.

말년의 그는
자신의 죽음마저
담담히 받아들였다.
내일은 이미 쓰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의 숨을 끝까지 살았다.

그가 떠난 뒤에도
세계는 계속 무너지고
계속 예언을 찾았다.
아마도 우리는
미래가 아니라
불안을 해석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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