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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5년 12월 14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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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 천천히 밝혀지는 하루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어제의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어도,
아침은 늘 그렇듯
말없이 우리를 부릅니다.

눈을 뜨는 순간,
오늘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준비가 덜 된 채로도
시간의 문턱을 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은 오늘의 속도로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해 봅니다.


오늘의 역사

1962년 12월 14일 — 미국, 달 탐사선 ‘마리너 2호’ 임무 종료

마리너 2호는
금성에 가장 먼저 다가간 탐사선이었습니다.
혹독한 고장과 통신 장애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신호를 보내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 사건은 말해 줍니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도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세계는 한 걸음 더 이해될 수 있다고.
버텨낸 시간 자체가
이미 성취가 될 수 있다고.


오늘의 에피소드

아파트 현관 앞,
경비원 아저씨는
매일 같은 시간에
전구 하나를 교체합니다.

누군가 신고한 것도 아니고,
아직 완전히 꺼지지도 않은 불입니다.

“어둡기 전에 바꿔야죠.”

그 말은
누군가 넘어지기 전에,
누군가 불안해지기 전에
미리 켜 두는 마음처럼 들렸습니다.

아무도 그 전구를
유심히 보지 않지만,
그 불빛 덕분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고장 나기 직전까지
자리를 지킨 불처럼,
그의 하루도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완벽하지 않은 나를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해주세요.

고장 난 부분이 있어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잠시
숨을 쉽니다.

끝까지 잘 해내지 못할까 봐
시작조차 미루었던 일들 앞에서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용기를 주소서.

지치고 흔들리면서도
여전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내 마음의 작은 불빛을
스스로 꺼버리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 내가 버티는 이 자리에서
이미 세상은
조금 더 안전해지고 있음을
믿게 해주세요.

오늘의 나는
빛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끝까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가라앉은 마음은
다시 맑아지고,
맑아진 마음은
다음 하루를
조용히 비출 수 있도록
저를 지켜 주소서.

오늘도
무사히,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을
따뜻하게 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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