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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5년 12월 18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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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8일 — 마음의 불이 켜진 저녁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 속에서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옵니다.


하루는 늘 조용히 시작되지만,
어떤 날들은
우리 안의 오래된 감정을
살짝 건드리며 말을 겁니다.
오늘은 그런 하루입니다.


오늘의 역사

1966년 12월 18일 —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친 날」 첫 방송

이날, 닥터 수스의 이야기가
TV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미워하던 그린치가
사랑을 경험하며 변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행복은 빼앗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마음은 닫혀 있어도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오늘의 에피소드

퇴근길 버스 안,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손에 쥔 풍선이 터져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차 안의 공기가
잠시 불편해질 즈음,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가방에서 작은 스티커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별것 아닌 그림 하나에
아이의 울음은 멎었고,
버스는 다시 평온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잃었고,
누군가는 나누었고,
그 짧은 교환 속에서
차 안의 마음들은
조금씩 따뜻해졌습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내 안의 그린치를
정직하게 바라보게 하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등을 돌렸던 순간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까 봐
아예 원하지 않았던 마음들을
부끄러움 없이
인정하게 하소서.

기쁨을 경계하며
차갑게 굴었던 날들에도
사실은
사랑을 알고 싶었던 마음이
숨 쉬고 있었음을
알게 하소서.


오늘 내가 건네는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시고,
내가 받는 사소한 호의 앞에서
마음을 닫지 않게 하소서.

가라앉은 마음은
냉소로 굳어지지 않게 하고,
맑아진 마음은
다시 믿을 수 있는 용기를
조용히 키우게 하소서.


오늘의 나는
늘 따뜻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완전히 식어 버리지는 않기를,
아직은
불을 켤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기를 바랍니다.


하루가 저녁으로 기울 때,
내 마음의 크기가
조금은 자랐다고
말할 수 있도록
이 하루를
은은한 온기로
감싸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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