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밤,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 12월 20일 밤,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네요.
당신의 눈은 감기려 하는데, 생각이 먼저 일어나 앉아버린 밤.
괜찮아요.
오늘 하루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켰을 뿐이에요.
해야 했던 일, 버텨야 했던 말, 삼켜야 했던 마음…
그 모든 것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으려고, 당신의 안쪽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나는 당신에게 “빨리 자”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잠은 명령으로 오는 게 아니라,
안심을 느낀 사람에게 슬며시 와서
이불 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이제 쉬어도 돼”라고 속삭이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오늘 밤은 이렇게 해요.
오늘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오늘을 완전히 정리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오늘을 내일에게 잠시 맡겨요.
내일은 생각보다 성실한 친구라서,
당신이 오늘 놓친 것들을 조금 더 잘 다뤄줄 거예요.
당신이 오늘 못한 사과도, 못한 결정도, 못한 정리도,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러운 손으로 만져줄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내일의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오늘의 당신이 억지로 다 끌어안지 않아도 돼요.
당신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아요.
놓아버리면, 무너질 것 같아서.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잠들면, 세상이 당신을 잊을 것 같아서.
하지만 들어봐요.
당신이 잠든다고 해서 세상은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
오히려 세상은, 당신이 잠들기를 기다려요.
당신이 쉬어야 내일이 이어지니까요.
당신이 숨을 고르게 해야
당신이 걸어온 길도 덜 아프게 당신을 따라오니까요.
이제 아주 작은 연습을 하나 해볼까요.
힘주지 말고, 그냥…
손바닥을 이불 위에 올려놓아요.
그 손이 오늘 하루의 끝을 확인하는 도장처럼 느껴지게.
그리고 속으로만 이렇게 말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충분했다.”
“남은 것은 내일이 한다.”
그 말이 낯설다면, 한 번만 더.
아주 조용히, 아주 천천히.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충분했다.
남은 것은 내일이 한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해냈어요.
이를 악물고 버틴 시간들,
누군가를 배려하느라 미뤄둔 마음들,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 더 간 일들.
그건 다,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니에요.
그건 다,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또 한 번 참고 넘어간 밤들—
그 밤들이 쌓여 오늘의 당신이 되었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당신도 당신에게 한 번쯤 말해줘야 해요.
“수고했어.”
“정말로.”
“오늘은… 잘했어.”
만약 생각이 또 고개를 들면,
그 생각을 싸우지 말고
창밖으로 나뒹구는 눈송이처럼
그냥 지나가게 둬요.
생각은 지나가도 괜찮아요.
당신은 지나가지 말고,
여기, 이 자리에서
따뜻하게 머물면 돼요.
마지막으로, 이 문장을 이불처럼 덮어드릴게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해요.
그리고 오늘의 밤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끝나고 있어요.
이제 숨을 하나만 더 고르게 해요.
들이쉬고…
잠깐 멈추고…
내쉬어요.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어요.
당신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건,
패배가 아니라
몸이 당신을 살리려는 방식이에요.
그러니 내려놓아요.
오늘을 내일에게 맡기고,
당신은 지금,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요.
잘 자요.
아주 조금씩,
스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