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시도와 과학적 가능성,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길.7장
—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시선으로 본 ‘영혼의 대화’
인간의 뇌가 ‘무에서 신호를 만들어내는’ 예측 기능
착각이 아니라, ‘기억이 만든 현실’일 수도 있다
— ‘무에서 신호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뇌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소리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뇌가 그것을 해석한다.”
하지만 뇌과학은
이 익숙한 상식을 조용히 뒤집습니다.
사실 뇌는,
듣기 전에 이미 듣고 있을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뇌는 늘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들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리는 무엇일까?”
뇌는 바깥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 적는 기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뇌는
끊임없이 예측을 먼저 세워두고,
그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감각 정보로 확인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이를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귀가 소리를 받는다 → ❌
뇌가 먼저 예상한다 → ⭕
귀에서 들어온 정보로
그 예상을 수정한다 → ⭕
우리는
“들어서 알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알고 있어서 들린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아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말이었을 때.
샤워 중 물소리 속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 것처럼 느꼈다가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이때 뇌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
뇌는 단지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먼저 제시했을 뿐입니다.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함입니다.
정보가 부족하면,
뇌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합니다.
“모르겠으니 멈추자”가 아니라,
“아마 이럴 것이다”라고 채워 넣는다.
이것이 바로
뇌의 예측 기능입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바람에 흔들린 비닐 소리를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것도,
밤중에 집 안에서
작은 소음이 들렸을 때
괜히 불안해지는 것도,
모두 뇌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먼저 그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은
원래 우리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소리는 위험일 수 있다”
“저 그림자는 위협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은,
감정이 깊게 얽힌 대상 앞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요.”
“분명히 제 이름을 불렀어요.”
이 경험을
단순한 착각이나 환청으로만
몰아붙이기 전에,
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한 번만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는
뇌에게 아주 특별한 정보입니다.
안전함
위로
친밀함
생존과 연결된 신호
이 모든 것이
그 목소리 하나에
겹겹이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뇌는 쉽게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 정보는 이제 필요 없다.”
오히려 뇌는
이렇게 행동합니다.
“이 목소리는
아직 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사람이 말을 걸 수 있다.”
그 결과,
아주 작은 소리,
의미 없는 잡음,
혹은 완전한 침묵 속에서도
뇌는 그 목소리를 예측해냅니다.
그리고 예측이 강해질수록,
그 경험은
점점 더 실제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은
뇌가 현실을 오인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유지하려 애쓰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데,
뇌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하거나 병적인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매일 이 능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노래를 틀 때
글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들을’ 때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그 말투까지 생생하게 재현할 때
이 모든 순간에
외부 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듣고 있다’고 느낍니다.
뇌에게 중요한 것은
소리의 출처가 아니라,
의미와 연결성입니다.
그래서 뇌는
필요하다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의미 있는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뀝니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
→“뇌가, 그 사람을
아직 현실의 일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고장이 아닙니다.
이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 중심으로 진화해온 인간 뇌의
아주 자연스러운 작동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목소리는
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
그 목소리는
공기 중에 있지 않을지 몰라도,
뇌와 기억, 감정 속에서는
아직 현재형으로 살아 있습니다.
이제 다음 소단원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기억은 무엇일까?”
“왜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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