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길
어느 날 밤, 나는 오래된 등불처럼 빛이 잦아든 방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내 앞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그 눈은 말이 없었지만, 무언가를 다 알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본 순간, 세상의 소음은 멀리 물러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심장 두 개가 나누는 고요한 박동이었다.
사람은 종종 말로만 마음을 전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강아지는, 말 대신 숨을 고르고 시선을 얹으며 마음을 열어준다.
그 느리고 깊은 호흡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언어 — 마음이 마음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언어 — 가 숨어 있다.
최면은 결코 마술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 ‘너는 안전하다’는 약속, 그리고 ‘우리는 함께 이 순간에 있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나는 이 책에서, 그 신호를 만드는 법을, 그 약속을 지키는 법을, 그리고 그 순간에 머무는 법을 전하려 한다.
강아지와 눈을 맞추면, 별빛이 그 눈 속에 깜박인다.
그 별빛이 꺼지지 않게,
그 마음이 다치지 않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를 잃지 않게.
이 길 위에서, 당신은 강아지를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와 함께 치유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드리고 싶은 단 하나의 선물이다.
부제: 깨어있는 마음과 잠겨있는 마음 사이를 건너다
1-1. 의식의 풍경
깨어있는 마음은, 마치 새벽 안개 속에 떠 있는 호수 같다.
햇빛이 서서히 비치면 물결 위로 작은 반짝임이 하나둘 번져가듯, 우리의 의식도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인다. 눈이 깜빡이며 빛을, 귀가 바람의 속삭임을, 피부가 공기의 온도를 전한다.
의식은 단순히 ‘정신이 깨어있다’는 상태를 넘어선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있는 마음의 초점이다.
우리가 이름 모를 꽃을 보고 멈추거나, 갑자기 들려온 웃음소리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이 초점이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강아지에게도 그 호수는 있다.
그들의 의식은 잔잔하지만 날카롭다.
낯선 발자국 소리에 귀를 세우고,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살의 방향을 읽는다. 그들의 ‘지금’은 결코 흐릿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지금보다 선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을 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식은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얇은 줄기처럼, 본능의 심연과 이성의 하늘 사이를 이어준다.
그리고 그 줄기 위에서, 인간과 강아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해가 오고 간다.
그것은 두 호수가 서로의 물결을 느끼는 순간이다.
1-2.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깨어있다’는 건, 단순히 눈을 뜨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건 마음이 지금 이곳에 발을 딛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눈을 뜨고 있어도, 생각이 어제의 후회나 내일의 걱정 속을 헤매고 있다면, 우리는 반쯤은 잠들어 있는 셈이다.
깨어있다는 건, 마치 강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물살의 모든 떨림을 느끼는 일이다.
바람의 방향, 햇살의 무게, 물 위로 번지는 파문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감각의 확장.
강아지는 깨어있는 존재의 교과서다.
그들의 깨어있음은 ‘집중’과 ‘수용’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상태다.
햇볕이 들어오는 각도를 읽으며 졸고 있다가도, 먼 골목 어귀에서 나는 발소리를 들으면 단숨에 귀가 솟는다.
그 반응은 번개처럼 빠르지만, 결코 불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저 순수한 주목, 살아있는 모든 세포가 순간의 소리를 향해 열리는 것이다.
인간의 깨어있음은 종종 생각의 소음에 묻힌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했을까?’
‘내일 회의는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은 현재를 덮어버린다.
하지만 강아지와 마주 앉으면,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들의 방식에 끌려가게 된다.
눈을 맞추는 동안, 우리도 잠시 멈추고, 지금이라는 호흡 속으로 들어간다.
깨어있음이란, 결국 사랑과 닮아 있다.
한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순간 속에서 함께 숨 쉬는 것.
그것이 ‘깨어있다’는 것의 참뜻이다.
1-3. 현재를 인식하는 뇌와 감각의 무대
우리의 뇌는 거대한 극장이다.
무대 위에는 수많은 감각 배우들이 서 있다.
빛을 다루는 시각, 공기의 떨림을 포착하는 청각,
공기 속 보이지 않는 향을 읽는 후각,
그리고 피부로 말을 거는 촉각과 혀로 세상을 맛보는 미각.
강아지의 뇌 극장은 조금 다르다.
그곳의 주인공은 단연 후각이다.
인간이 눈으로 세상을 찍는 사진가라면,
강아지는 코로 세상을 그리는 화가다.
그들의 무대는 향기로 채워지고, 향기 속에 시간과 감정이 녹아 있다.
어제 산책길에서 스친 꽃의 기척,
몇 달 전 만났던 개 친구의 냄새,
심지어 집에 없는 보호자의 희미한 향기까지,
그 모든 것이 ‘지금’의 감각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쉰다.
청각은 그 무대의 조명 감독이다.
아주 먼 데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바람의 결에 섞인 낯선 날갯짓.
강아지의 귀는 시간과 거리를 가늠하는 섬세한 기계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촉각은 무대 뒤의 비밀通로다.
부드러운 손길 하나, 털 끝을 스치는 바람 하나가
곧바로 마음의 심층부로 신호를 보낸다.
인간의 뇌는 시각이라는 거대한 스크린에 의존한다.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눈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강아지는 눈보다 먼저 마음으로 느낀다.
그래서 같은 ‘현재’를 두고도,
인간과 강아지가 보는 세상의 색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무대가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교감의 순간이다.
그 짧은 찰나, 시선과 후각, 소리와 촉각이 한 점으로 모여,
서로의 무대가 하나로 합쳐진다.
그때 최면의 문이 열리고, 두 생명의 시간이 나란히 흐르기 시작한다.
1-4. 강아지의 깨어있는 마음
강아지의 ‘깨어있음’은 단순히 눈을 뜨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작은 등불이 켜져 세상의 모든 결을 훑는 순간처럼,
온몸의 감각이 풀잎 끝의 이슬방울까지 읽어내는 상태다.
그들의 의식은 놀랍도록 민첩하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먼 발치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주머니 속 사탕 봉지의 미세한 바스락…
그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마음 속 ‘지금’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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