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
1989년 12월 22일 — 브란덴부르크 문이 다시 열리다
분단의 상징이던 문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시 열렸습니다.
이날은 체제가 바뀐 날이라기보다,
서로를 향해 걷기로 합의한 날이었습니다.
닫혀 있던 것은 철문이 아니라
오해와 두려움이었음을,
역사는 조용히 증명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로 눈을 피하던 이웃 둘이
갑자기 동시에 웃었습니다.
문이 고장 나 계단을 함께 오르며
날씨와 택배 이야기로
숨이 조금 가빠질 즈음,
누군가 먼저 문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 짧은 오르막에서
벽처럼 느껴지던 거리는
계단 한 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말 몇 마디와
손잡이 하나로
오늘의 관계는
조금 덜 경계로 남았습니다.
오늘,
열린 문 앞에 서는 마음을
허락해 주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닫아 둔 이유를
합리화하지 않게 하시고,
열면 다칠까 두려워
뒤로 물러난 발걸음을
부드럽게 앞으로 옮기게 하소서.
가라앉은 마음은
오래된 상처의 무게를
바닥에 내려놓게 하시고,
맑아진 마음은
한 번의 인사,
한 번의 양보가
세상을 얼마나 가볍게 하는지
알아보게 하소서.
오늘 내가 여는 문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문틈만큼의 용기면 충분합니다.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과 공기가
하루를 바꾸는 데에는
늘 넉넉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나는 완벽한 화해를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해도,
적어도
닫아 잠그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침묵 대신
고개를 들고,
회피 대신
한 발을 내딛는
작은 결단을 주소서.
이 하루의 끝에서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하나의 문을 열었다고.
그 문이 나를 지나
누군가에게도
통로가 되었기를.
가라앉아
두려움이 잦아들고,
맑아져
다음 인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오늘을
열림의 기억으로
마무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