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5년 12월 16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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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6일 — 물이 지나간 자리에서


오늘의 역사

2004년 12월 26일 — 인도양 대지진과 쓰나미

이날 새벽, 바다는 경고 없이 밀려왔고
수많은 삶과 일상이 한순간에 휩쓸려 갔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뼈아프게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말합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은
영원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한 손길만큼은
폐허 속에서도 다시 시작된다고.


오늘의 에피소드

새벽에 눈이 와 있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인도 위에
얇고 고른 흰 층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출근길,
환경미화원이 빗자루를 들고
조심스럽게 길을 쓸기 시작합니다.
쓸려 나가는 눈 아래로
어제의 먼지와 낙엽이 함께 드러납니다.

깨끗해진 길을 지나며
나는 잠시 속도를 늦춥니다.
모든 회복은
이렇게 말없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의 뒷모습이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무너진 자리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한순간에 잃은 것들로 인해
세상이 전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온기들을
세어 볼 수 있게 하소서.

가라앉은 마음은
비극을 소비하지 않고,
맑아진 마음은
고통 속에서도
존엄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종종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타인의 아픔을
멀리 둡니다.
그러나 오늘은
무사함이
우연일 수 있음을 기억하며
겸손히 하루를 걷게 하소서.

모든 것이 휩쓸린 뒤에도
사람들이 다시 모여
집을 짓고
이름을 부르고
밥을 나누었듯,
나 역시
상실 이후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이 하루의 끝에서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남은 것 위에
다시 서 보았다고.

가라앉아
공포가 잠들고,
맑아져
연대의 감각이 깨어나도록,
오늘을
회복을 연습하는 하루로
마무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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