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of Home] 각기 다른 취향을 찾아서
얼마전 상하이 Rockbund를 지나다가 흥미로운 매장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름부터가 눈길을 끌었는데, 요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레퍼런스가 될것 같아 유심히 들여다봤지요. [Society of Home] 이라는 이름만 보아도 트렌드가 흘러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지난번 [Slabtown] 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요즘 브랜드들은 각자의 카테고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지요. '개인' 그리고, 그래서 더욱 '취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 시대에 브랜드의 기능이나 필요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취향이 어떠한지가 소비의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취향1 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 요즘에는 하도 들어 의미조차 특별하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이지요. 문득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마음이 끌려 흥미로울 '趣'에 방향을 의미하는 '向'이 결합된 단어. '하고 싶은 마음이 끌리는 방향'이란 의미입니다. 취향은 원래부터 어떤 둘레로 규정된 것이라기 보다는 '방향성'을 가진 것입니다.
보고를 하다보면 가끔 우리는 온라인 플레이를 하는 브랜드인데, 우리는 메이크업 제품만 있는데... 이런 트렌드는 우리랑은 관련이 멀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을 마주합니다. 취향이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트렌드 역시 방향성을 가진 것이라 너무 앞서가서 나와는 멀어보인다고 해도 우리도 그 방향의 흐름 안에 있기 마련이지요. [Society of Home]은 그런 방향을 증명하는 하나의 dot처럼 플래그쉽 샵들의 로망 Rockbund 에 멋지게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Society of Home]
[Society of Home]의 Rockbund 매장은 'Creator's Home'을 주제로 'easy life 轻松生活'를 컨셉으로 합니다. 매장은 어느 크리에이터의 일상을 보여주듯이 의류와 커피바, 전시wall, 소품들로 매장의 디테일을 완성했습니다. [Society of Home]은 말하자면 의류와 소품,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브랜드에요. 파자마와 라운지웨어, 속옷, 아웃도어웨어, 슬리퍼에서부터 파우치, 머리끈, 문구에 이르기까지 딱히 경계를 두지 않고 제품을 만듭니다. 이제 어쩌면 산업에 있어서 '업종'이란 것은 사라지고 취향의 전문성만 남기라도 할것처럼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신발브랜드가 향수를 왜 만들어? 라고 한다면 참으로 고리타분한 발상이라 하겠지요.
[Society of Home]은 그러한 시장의 흐름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 라운지웨어는 이스라엘에서 온 특별한 소재와 수작업으로 한땀 한땀 만든 셀링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는대신, 이 라운지웨어를 입고 생활하는 사람의 사사롭고 소소한 일상의 장면을 느긋하게 보여주지요.
매 컬렉션마다 소소한 테마가 있어요. 'Everyday resort'는 일상에서도 리조트에서의 여유를 느끼듯이 생활하고 싶은, 일상 속의 나만의 영감을 찾는 요즘 타겟들에게 '나의 마인드와 생각의 감도만 조금 바꾸면' 어디서든 리조트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설렘을 심어줍니다.
또 어느 컬렉션에서는 퇴근길에 들꽃 한다발을 사 집으로 돌아오는 낭만을, 어느날엔가는 하루종일 집안에 머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무위'의 호사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 속의 사람은 이런 옷을 입고 있을테고, 이런 스타일의 신발을 신고, 집에 돌아오면 옷은 이렇게 걸어두겠지, 사온 들꽃은 이렇게 무심히 얹어두고, 이 사람의 파우치 안에는 이런 이런 물건들이 들어있고...... 라이프스타일의 장면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필수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것이 유용한 것이든, 무용한 것이든 장면을 그려낼 수 있다면 카테고리의 확장은 문제가 아니지요. 확실한 취향의 결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장면 속의 이 사람은 집에만 있지 않고, 친구들 모임에도 가고, 가족도 있을 것이고, 취미 생활도 할 테니까요.
이런 소비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Society of Home]은 최근 'Creator's Home' 매장에서 첫 번째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테아트 워크샵'입니다. 요즘 다들 작업실에 개인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물론 힙한 인플루언서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더 많이 보여지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개인의 삶'이 화두가 된 큰 트렌드 속에,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개인 작업실을 가진 창작자들이 늘어나고있죠. 크리에이터들은 커피를 사랑하고! 최근에 [La marzocco]의 퍼스널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향과 트렌드의 촉을 잘 아는 Society of Home이 가장 먼저 선택한 브랜딩 이벤트가 '라테아트'라니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요.
취향. 서두로 돌아가 단어를 잠시 들여다봅니다. 취향의 시대, 스몰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잘 드러내 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행복 지수가 5년 연속 세계 최고로 평가 되었다고 하지요.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이 '개인주의'가 강한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닌, '남과 다른 나'의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죠. 브랜드의 트렌드가 '취향'을 바탕으로 재편되는 것도 이런 시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한 스몰 브랜드들이 인정받고 소비되는 시대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