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by 문단

누워 있으면 몸이 침대 안쪽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눈은 떠 있지만 일어나야 할 이유는 멀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날들이 있다.



별이는 한결같다.
2.3kg밖에 안 되는 포메라니안.
별이는 내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함께 일어난다.

침대에서 발을 내리면 어디로 가든 조용히 뒤에 붙어 있다.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순간에도 늘 그렇다.



"별이야, 왜 안 자고 따라와.
​그냥 자도 되잖아."



별이는 그렇게 자다 깬 얼굴로 눈도 다 뜨지 못한 채 나를 따른다.
누군가의 기척에 어김없이 제 하루를 맞춰 사는 일.
사람이라면 굳이 하지 않을 선택
이 작은 몸은 아무렇지 않게 반복한다.



무기력한 날에는 물그릇이 비어 있고
사료는 거의 바닥이고, 패드는 젖어 있다.

그럴 때가 있다.


나는 다시 물을 채우고 사료를 꺼내고
젖은 패드를 갈게 된다.
별이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어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어느 날에는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울고 있을 때 별이는 다가와
낑낑거리며 혀로 눈물을 핥고
자기 얼굴을 내게 가만히 묻었다.

따뜻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별이야, 넌 좋겠다.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해 놓고 별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그 말이 맞는지 조금은 헷갈린다.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때는 거리를 지키고
어느 때는 가까이 와 조용히 곁에 머문다.



산책을 미루던 날도 있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 몇 걸음 걷고 돌아왔을 뿐인데
별이는 금세 숨이 가빠졌다.
집에 돌아와 헐떡이는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등을 몇 번이나 쓸어주었다.


그제야 미안함이 밀려왔다.
내가 너무 오래 멈춰 있었다.



별이는 삑삑 소리 나는 2,500원짜리 장난감을 좋아한다.
물고 와 앞에 내려놓는다. 놀아 달라는 뜻이다.
내가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면 으르렁거린다.
내주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 달라는 거야?"



별이는 장난감을 다시 앞에 내려놓고 꼬리를 흔들며 기다린다.
끝내 내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결국 내가 직접 뺏어서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작은 몸으로 계속 나를 호출한다.


기어이.
정말 기어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