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코스트코는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에서 매출이 1위라고 들었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도 그곳을 좋아하지만 주차장으로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아서 평일 아침 8시에 가거나 그냥 집 옆 마트나 7일장을 이용하고 만다.
그런데 최근에 경부고속도로 옆 길마중 길(위 사진, 서초동에서 양재동까지 연결되어 있다)로 아침산책 코스를 바꾸고 나서 양재역에서 버스를 타고 코스트코에 가는 코스를 개발(?) 했다.
종종 백팩을 메고 코스트코에 간다. 지고 올 수 있는 물건의 한계 때문에 꼭 사고 싶은 것만 사는 부작용(?)이 있지만 손자에게 필요한 옷가지를 사들고 올 때는 내 두 다리의 기동성에 감탄한다.
물론 시간이 없을 때는 인터넷 쇼핑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오늘은 점심 약속 장소가 양재동이어서 산책 후 구경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곳에 갔다. 짐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물건을 살 목적을 가지고 갔을 때는 그 물건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이 넉넉해도 왠지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종이 인형이다.
내 또래 여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1970년쯤(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명칭을 바꾸었지만 그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는데, 내가 국민학교 3 학년 때쯤) 학교 앞 문방구 진열대에 처음 나타난 저 환상적인 상품을 보고 엄마를 졸라 손안에 넣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그 기분이 떠 올랐다.
종이 한 장에 영희인지 순희인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을 가진 인형과 그 인형에게 입힐 옷들이 그려져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이런 놀이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오징어 게임 영향이나 레트로 풍의 유행 때문에 다시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갖고 싶은 것이 분명하고 그것을 가지면 행복했던 50년 전 문방구 앞 작은 소녀로 돌아가 한참을 이 상품 앞에서 서성거렸다.
길이가 914미터나 되는 주방용 랩이다.
식당에서나 사용할 것 같은 저 거대한 랩을 2000년 미국 버지니아 마트에서 처음 보았다.
가사노동을 제대로 해 보지 않았던 내가 미국에서 세 아이를 먹이고 입힐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길 리가 없었다. 뭘 한참 모르던 시절이어서 무조건 큰 거, 싼 거를 사들였다.
이 랩도 15평 작은 우리 집( 서울에서는 비록 전세였지만 62평에서 살았는데 미국 대학 하우징은 15평 정도였다. 아이들은 우리가 망한 줄 알았다고 했다) 식탁 위에 체류 기간 1년 동안 함께하고 이삿짐에 포함되어 서울로 와서 그 후로도 몇 년간을 함께 했다. 다 쓰고 심을 버리면서 다시는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미국에서 1년 지내는 동안 거의 매일 마트 구경을 다녔다. 영어에 서툰 사람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마트니까...
지금은 우리나라에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미국 마트는 크기도 그 안에서 몇 천 보는 족히 걸을 수 있는 정도여서 운동도 되고 수많은 물건들 사이로 다니면서 풍요로운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새로운 물건들을 만든 사람들의 창의적인 생각들이 주는 자극이 좋았다.
세 아이와 우왕좌왕하며 울고 웃었던 20년 전 젊은 나로 돌아가게 한 주방용 랩이다. ㅎㅎㅎ.